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사건 논픽션

           1999년에 발생한 비극적인 총기 사건인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파헤친 논픽션 <콜럼바인(Columbine)>이 한국 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지난 2009년 데이브 쿨렌이 발표한 이 책은 에드거상 최우수 범죄 실화 부분 수상과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베스트 논픽션상을 휩쓰는 등 총기 사건 자체만큼이나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지금도 많은 콜로라도 거주 한인들이 기억하고 있을 이 사건은 1999년 4월 20일(화)에 에릭 해리스(당시 18세)와 딜런 클레볼드(당시 17세)라는 두 학생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 총을 들고 난입해 900여 발의 실탄을 난사하면서 12명의 학생과 교사 1명 등 총 13명이 살해당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사건으로 이 둘은 출동한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도서관에서 자살하였다.  1999년 4월 16일 금요일, 미국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는 다음 날 있을 졸업 기념 댄스파티를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다. 교장의 조회가 끝나자 아이들은 복도로 흩어졌고 이제 몇 시간 뒤면 황금 주말이었다. 그리고 책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주말이 지난 뒤에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냉정하게 서술한다. “월요일 아침이면 2,000명의 아이들 모두 댄스파티를 끝내고 무사히 학교로 돌아올 터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1999년 4월 20일 화요일 정오에는 학생과 교직원 24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13구의 시신은 여전히 교내 건물에 남아 있고, 두 구는 바깥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브 컬런(56)은 이 책의 원서를 2009년에 출간했다. 사건 취재에서 집필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것이다.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증언과 진술도 중구난방이었다. 끈기를 가지고 흩어진 자료들을 종합적이고 다면적으로 분석한 10년이었다. 2만5000쪽이 넘는 관련 문서를 읽고 영상·음성 자료를 거듭 검토했으며 현장을 답사하고 중요 인물 한 사람당 수십 차례씩 만나 인터뷰했다. 이 책은 사건의 실체에 대해 당초 알려진 것과는 상당 부분 다르게 이야기한다. 범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는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외톨이’나 ‘부적응자’와는 거리가 먼 소년들이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스포츠 활동에도 열심이었으며, 불과 이틀 전 댄스파티에도 짝을 구해 참석했다. 가정환경도 특별히 불우한 구석은 없었다. 저자는 이들의 심리상태를 파고 들었다. 알고 보니 해리스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영수증까지 꼼꼼하게 챙길 정도로 치밀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반면 클레볼드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짝사랑하는 소녀를 위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채우며 줄곧 자살을 생각했다.  500명 이상 학살하겠다던 계획과 달리 폭탄이 제대로 터지지 않자 당황한 이들은 30분간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총을 쏘다 결국 스스로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사건 이후 희생자와 그 가족은 물론 살아남은 사람들, 나아가 이들이 속한 사회와 그 주변까지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생생한 폭력과 무기력에 빠진 지역사회, 경찰의 실수와 은폐공작을 폭로한 이 책은 범죄의 신호에 무심한 우리 시대에 경고를 던진다. 우리의 무관심이 자칫 괴물같은 살인마를 키워낼지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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