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시신보며 좋아할 때 부모는 딸 찾아헤매…”

           29일 오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인천지법 413호 법정. 공범 박모 양(19)에게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30년 부착을 구형하는 인천지검 나창수 검사(43)의 목소리가 떨렸다. “피고인은 건네받은 시신 일부를 보며 좋아하고 서로 칭찬할 때 부모는 아이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맸다”며 울먹였다. 나 검사는 “아이가 그렇게 죽으면 부모의 삶도 함께 죽는 것…”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무기징역 구형에 박 양은 충격을 받은 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왼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박 양은 “너무 어린 나이에 하늘로 간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사체유기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의 방청객 여러 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 양이 시켜 … 실험동물 된 느낌”
박 양의 결심공판에는 주범 김모 양(17)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양은 범행 계획부터 실행, 사후 처리까지 사실상 박 양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검사의 질문에 답하는 내내 김 양은 피고인석의 박 양을 단 한 차례도 쳐다보지 않았다. 김 양은 “(박 양과) 계약연애를 시작한 후 관계의 주도권을 가진 박 양이 손가락과 폐, 허벅지살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사람 신체 부위를 소장하는 취미가 있다고 했고, 폐와 허벅지 일부를 자신이 먹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양은 “박 양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냐고 끊임없이 물었고 범행 장소, 범행 대상, 사체유기 방법 등을 의논했다”며 “(내가) 실험동물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박 양이 살인을 방관한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원한이 있는 사람을 망치로 죽인다’ ‘사람을 도축하듯이 없애버릴 수 있으니 알아보라’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너보다 어리고 약한 애가 합리적’이라며 범행 대상을 골라줬고 폐쇄회로(CC)TV가 없어서 시신을 유기해도 걸리지 않을 장소가 학원 옥상이라고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김 양은 또 박 양이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뒤 계약연애를 제안했고 범행 뒤 “제가 형을 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절 좋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양은 “처음엔 친구를 숨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김 양은 “범행 일주일 전 박 양과 나눈 트위터 내용만 봐도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사람의 트위터 메시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30분에 걸쳐 최후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실상 성인이고 아이큐가 125”라며 “기억력이 뛰어나고 논리적이며 불리한 내용은 빼고 역할극 부분만 선택해 왜곡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박 양은 지금까지 김 양과 나눈 모든 대화나 메시지가 온라인 역할극의 일부라 주장했다. 하지만 김 양은 “박 양이 시종 진지했다”며 역할극 주장을 반박했다.
주범, 18세 미만이라 징역 20년
이어 열린 김 양의 결심공판에서 김 양은 살인을 계획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범죄가 계획과 달리 이뤄졌고 제가 피해자에게 동물을 만지지 않게 했다면 범죄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양은 동성 연인인 박 양과 공모해 피해 아동을 유인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신체 일부를 잔혹하게 훼손했다”며 징역 20년에 전자발찌 30년 부착을 구형했다. 검찰이 직접 살인을 저지른 김 양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공범인 박 양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한 것은 나이 때문이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 당시 나이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도 최대 형량은 징역 15년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잔혹한 살인의 경우에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까지 올라간다. 김 양과 박 양이 살인을 저지른 시점은 올해 3월 29일. 당시 김 양은 2000년 10월생으로 만 16세, 박 양은 1998년 12월생으로 만 18세였다. 따라서 김 양은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최대 형량인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김 양에 대해 “죄질이 불량해 무기징역을 구형해야 하지만 범행 당시 16세이므로 최상한인 징역 20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박 양은 만 18세 이상이라 사형 구형도 받을 수 있었지만 검찰은 그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9월 22일이다.
탄식, 박수 그리고 눈물
이날 방청객 50여 명의 3분의 2는 사건이 발생한 동네 주민이었다. 김 양의 입에서 끔찍한 내용의 진술이 나올 때마다 방청석에선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견디다 못해 재판 도중 법정을 나서는 이도 있었다. 검찰이 박 양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다. 눈물을 흘리는 방청객도 많았다. 고모 씨(45·여)는 “솔직히 박 양이 무기징역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막혔던 속이 뚫리는 느낌이었다”며 “두 명 다 무기징역을 받아야 정상인데 김 양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감형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 어린이 가족을 돕는 김지미 변호사는 김 양의 진술을 언급하면서 “(결국) 박 양의 존재로부터 시작됐다. 만약 박 양이 없었다면, 김 양이 박 양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족들은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가족들은 중형 선고만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000만원짜리 일본 돌거북이, 알고보니 조선 왕후 어보

           한 문화재 수집가가 조선 인조 계비 장렬왕후 어보(왕실 의례를 위해 제작된 도장)를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서 구입해 국립고궁박물관에 넘겼으나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고미술 화랑을 운영하던 정모씨는 지난해 1월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일본 돌거북이(Japanese Hardstone Turtle)’이라고 올라와 있는 공예품을 봤다. 정사각형의 도장 위에 거북이 한 마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돌로 만들어진 도장이었다. 정씨는 9500달러(약 1069만원)에 그 돌거북이를 낙찰받았다. 운송비와 통관비로 1000여 만원을 더 납부한 뒤 지난해 3월 손에 넣었다. 그러나 정씨가 들여온 것은 일본 돌거북이가 아니라 340년 전 조선 왕후의 의례용 도장이었다. 숙종 2년인 1676년에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 조씨에게 ‘휘헌’이라는 존호를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어보였다. ‘자의공신휘헌대왕대비지보’라는 한자가 인각돼 있다. 다른 어보들과 함께 종묘에 봉안돼 관리됐으나 6·25 전쟁 때 도난당했다. 경매 사이트에서 일본 고미술품으로 잘못 알고 올린 것이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국립고궁박물관의 ‘2016년 하반기 유물 공개 구입 공고’를 보고 이 어보를 2억5000만원에 사 달라며 유물 매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박물관은 심의를 거쳐 “장렬왕후 어보는 도난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미국 경매사이트에서 불법거래된 점이 의심스럽다”며 정 관장에게 매수도 반환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정 관장은 “정상적인 경매 거래를 통해 구입했다”고 주장하며 사유재산이니 돌려주든지, 2억5000만원을 주고 사 달라”며 지난 3월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상윤)는 “정씨가 어보를 구입한 미국 버지니아주의 법률은 도난품을 취득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A씨가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도 버지니아주법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민법은 도난품이라도 선의(법률용어로 어떤 사실을 모르는 것)로 매수한 경우 원래 소유자가 대가를 변상하고 물건을 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게 규정했다”면서도 “어보 취득 과정에 버지니아주법이 적용된 이상 A씨에게는 다른 재산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반환하지 않는 것이 불법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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