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새벽5시30분 포커스 문화센터

지금 지구촌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조별예선에서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와는 17일 오전 5시 30분(덴버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고지에 대한 염려가 적지 않다.

사커시티 스타디움 해발고도가 1753m에 달하기 때문이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 높이는 1708m. 태극전사들이 아르헨티나를 설악산 정상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경기장에서 상대하는 것이다. 고지는 인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단 운동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조금만 뛰어도 지쳐버린다. 호흡도 일찍 가빠지고 호흡량이 늘어나며 몸속 수분도 빠르게 감소한다. 면역력도 떨어지고 소화기관 기능도 저하돼 감기나 배탈과 같은 잔병도 많이 발생한다.

축구는 유산소성 대사능력과 심폐지구력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 내내 많은 산소 섭취를 필요로 하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체력이 떨어진다. 포지션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수들은 90분간 10㎞ 이상을 본인 최대 능력 중 70~75% 수준에서 뛰어다닌다.

축구 선수들 지구력을 기준으로 해발 2000m 고지에서 최대 유산소 능력은 10%가량 감소한다. 해수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중 10%를 잃는 것이다. 고지에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뛴다면 해발 0m에 비해 훨씬 고통스럽다. 고지에서 산소 밀도는 평지보다 낮다. 자연스럽게 몸 속에 흡수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고지에서는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유산소 운동을 하다 보면 조금만 뛰어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고지 적응 훈련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혈액 속 적혈구 수치를 증가시키기 위함이다.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하는 적혈구가 증가하면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혈액 1㎣에 남자는 500만개, 여자는 450만개가량 적혈구가 있다. 실제로 고산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지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적혈구 수가 40% 정도 더 많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평지에서보다 적혈구 수가 30% 이상 증가해야 고지 훈련 효과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

태극전사들은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부터 '저산소방'을 이용해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응력을 키웠다. 대표선수들은 출국 전 하루 1시간씩 저산소방을 해발 2500m 상황으로 설정해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다. 고지대 경기는 축구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높은 곳일수록 상공에 있는 공기의 무게가 감소하기 때문에 기압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공의 속도와 비거리도 평지에서와는 다르다. 이는 볼에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고지대 경기를 대비한 훈련 방법
산소 1ℓ를 소모할 때 탄수화물은 5.05㎈, 지방은 4.69㎈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따라서 경기 직전에는 소화하기 어려운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고지대 적응 훈련을 통해 혈액 속 적혈구 수치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적혈구가 증가하면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산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지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적혈구 수가 40% 정도 더 많다고 알려졌다.

■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도 변화구는 안 돼
고지에서 공은 평지에 비해 가속이 더 붙고, 더 멀리 나간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탄력이 좋아 골키퍼와 수비수에게는 악명을 떨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UFO슛처럼 큰 궤적을 그리며 골대로 빨려들어가는 프리킥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기의 저항이 적어 키커가 예상한 만큼 볼이 꺾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병현이 몸담았던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구장인 쿠어스필드(해발 1568m)에서 투수들의 공은 빨라지지만 변화구는 생각만큼 휘지 않았다. 또 타자들이 타 구장에 비해 홈런을 더 많이 뽑아내는 것도 낮은 공기 저항 때문에 공이 더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국 국가대표축구팀이 잠비아전에서 처음 고지대에서 경기를 펼칠 당시 공을 감아 차려다 실패해 어이없이 공을 날려보낸 장면도 이와 관계가 있다. 대신 무회전 슛을 즐겨하는 선수들에게 고지대는 선물이다. 무회전 슛은 고지대에서 공 뒷부분의 공기흐름이 불규칙하게 일어나 더 위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ㆍ레알 마드리드)나 네덜란드의 로빈 반 페르시(27ㆍ네덜란드)가 즐겨 사용하는 무회전 킥은 저지대에서보다 훨씬 더 위력적으로 상대 골문에 꽂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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