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사하고 만족한 삶을 사는 이옥남 할머니

           이번 100세 시대의 주인공인 이옥남(90) 할머니는 참 쾌활하고 낙천적인 분이다. 오로라의 한 시민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의 집은 늘 동네 할머니들로 북적거린다. 아침 먹고 나면 하나 둘씩 할머니들이 모여든다. 심심하면 몇 센트짜리 화투도 치고, 수다를 떨며 즐겁게 논다. 종종 할머니들이 집에서 간식을 만들어 오면 같이 나누어 먹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위로해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준다. 이렇게 동네 사랑방지기 노릇을 한지 수 십 년째다.  “싫은 사람도 없고 그냥 다 좋다. 옛날에 내 꿈이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그 꿈이 조금 바뀌어서 아이들 대신 노인들이 붙어버린 셈이 됐다. 누구든 서로 돌봐주고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하는 이 할머니. 전북 부안에서 농사 지으며 살던 이 할머니는 환갑이 훨씬 지난 64세의 나이에 딸의 초청으로 혼자 몸으로 미국에 오게 된다. 사실 미국에 와서 손주를 좀 봐달라는 딸의 부탁은 수 년 전부터 있었지만, 이 할머니의 남편이 미국 가면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고생한다고 반대를 해서 더 일찍 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후에 결국 미국에 오게 되는데, 초청한 딸이 얼마 안 있어 사망하는 슬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할머니는 남은 자녀들을 위해 꿋꿋하게 다시 일어섰다. 할머니는 소일 삼아 과거에 한인마트 두어 곳에서 김치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하루에 30박스씩 만들어서 팔 정도면 힘이 들어서 짜증날 만도 한데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니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새벽 4-5시면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준비하는 이 할머니의 집에는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TV도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고 차분해지지 않아 TV는 보지 않는다는 할머니는 미국에 온 이후로 꾸준하게 아침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에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10바퀴씩 돈다. 저녁에는 아파트 한바퀴를 돌고, 낮 시간에는 아파트 한 켠에 마련된 작은 공동 텃밭에 가서 상추, 오이, 고추, 깻잎 등의 각종 푸성귀를 부지런히 가꾼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인데,  10월이 되면 직접 메주콩을 쑤어 된장을 만들어 1년 내내 떨어지지 않게 먹는다고 한다. 아직은 힘이 있기 때문에 김치, 된장, 고추장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직접 만들어 드신다고 구순의 이 할머니는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3년 전에 자다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쳐서 왼쪽 발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는데, 나이가 있다보니 발이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조금씩 절뚝거릴 때가 있는데, 할머니는 “그래도 내가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낙천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이 할머니는 “처음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미사 때마다 졸았다.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앉아만 있으려니 얼마나 졸린 지 말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세를 받고 나니 졸음이 싹 사라졌다. 성경도 10번씩 읽고 썼다”며 자랑한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이 잘 먹고 늘 웃는 이 할머니의 주변에는 그래서 친구들이 많다. 할머니는 “미국은 내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좋은 친구들도 있고, 아들보다 더 좋아하는 우리 며느리는 내게 너무 잘해준다. 현명해서 부부싸움도 하지 않고, 직장 생활도 똑 부러지게 하는 최고의 며느리다. 매일 친구들과 함께 심심풀이 화투도 치고 먹고 놀며 웃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할머니의 편안한 미소는 바로 그 행복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행복하면 바로 내가 있는 이곳이 천국이다.

-알립니다-
100세 시대 기획 시리즈 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암을 극복했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 등의 지병을 가지고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80세 이상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경험이 지금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포커스 신문사에서 어르신의 집까지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나만의 건강 비결을 포커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으신 분들, 부모님, 시부모님, 동네 어르신 등 남다른 건강관리를 자랑하고 싶은  분들의 추천도 받습니다. 언제든지 포커스 사무실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번호는 303-751-2567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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