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광역한인회라는 한인회는 애초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에 한인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지금까지 진심을 가지고 일한 인사들의 노고가 안타까울 뿐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의 한계를 넘어섰다. 최선의 선택이었는가를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덴버 광역한인회는 한인회관을 매각하고 한인사회의 분열을 조장해 온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한심한 작태에 반기를 들고 지난 2007년 결성되었다. 그들은 썩어빠진 기존의 한인회보다 훨씬 더 귀감이 되고 한인회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것처럼 결의를 다졌다. 시작은 뭔가 대단한 역할이라도 할 태세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하면 다를 것이다”라는 자신감은 오만으로 바뀌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10년의 세월보다 답보되어 보인다. 큰소리치며 시작했던 덴버 광역 한인회는 회장감이 없다는 이유로 초대회장인 정일화씨가 3회나 연임을 하면서 6년을 보냈다. 한인회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은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활동이 부실해서 한인사회에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고, 둘은 본인이 내심 회장직을 계속 하고 싶어했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4대, 5대 회장을 지낸 최효진씨는 애초 회장자리를 생각하지 않았다. 정일화씨가 4대까지 할 수 없으니 측근인 최효진씨를 내세웠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후문이다. 그렇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최 회장은 각계 각층의 인사를 포섭해 이사회와 고문 변호인단을 꾸렸고 교민노래자랑을 비롯해 족구대회, 광복절과 삼일절 행사, 재외국민투표 독려캠페인, 한인회 통합 등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통합된 이미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콜로라도 주 연합 한인회로 단체명을 변경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통합의 이미지는 이사회의 파행으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초 이사회가 흔들리면서 최효진 회장의 임기동안 함께 일해온 임원진과 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최효진 회장을 돕겠다고 조석산 현 노인회장이 나서면서 한인회는 노인회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당시만 해도 분열된 한인회를 결속시키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만 보였다. 한인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조석산씨의 술수임은 아무도 몰랐다.  최효진 회장의 임기는 지난 7월30일로 만료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차기 한인회장 후보가 한명도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대를 논했고, 선관위원장인 조석산씨는 자신이 연합 한인회의 6대 회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자가 직접 한인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일도 이례적이지만, 조석산씨는 현재 콜로라도주 한인 노인회장, 상공인회장, 호남향우회장, 인권연구소 대표 등 4개의 대표직을 가지고 있다. 이로써 조석산씨는 콜로라도 한인사회 사상 최다 현 회장직 보유자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밖으로 알려질까 부끄럽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한인회와 노인회 회장을 한 사람이 하는 경우는 없다. 또, 조석산씨가 상공인회, 호남향우회, 인권연구소를 활발하게 움직인 수장도 아니었다. 이 단체들은 실질적으로 지난 10년동안 변변한 활동 한번 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단체였을 뿐이다. 모든 단체의 이름만 거머쥐고, 활동도 멈춰놓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노인회장에 한인회장까지 하겠다고 하니, 감투욕에 눈이 멀긴 멀었다. 한국에서는 국민에 봉사하는 공직자는 겸직을 할 수 없다. 한자리에서 국민에게 성심껏 봉사하라는 의미가 크다. 정말로 한인회장이 되고 싶었다고 해도 이번에는 스스로 사양했어야 마땅하다. 다른 직책은 몰라도 노인회장직이라도 내려놓고 한인회에 기웃거렸어야 했다. 그리고 후보가 없었다면 추가 등록을 위한 연장 공고와 회칙에 기준해 전 회장의 연임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선관위원장 본인이 스스로 회장이 되었음을 공고하는 낯뜨거운 상황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가 한인회장이 되기를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직책을 다 내려놓고 정정당당하게 공탁금을 내고 입후보를 했어야 맞다. 몇달간의 이사회 파행을 기회로 삼아 자신과 친한 사람들로 이사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각본대로 추대를 받는 끼리끼리의 모습은 오랫동안 비난받아 왔던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2013년 덴버 광역한인회에서 조석산씨를 이사장으로 위촉했다가 곧바로 해임한 적이 있었다. 노인회와의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한인 대표 봉사 단체인 한인회의 활동 취지인 동포 화합과 봉사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해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유였다. 말대로 조씨는 노인회장이 되기 위해 3년간 노인회 전 임원진들과 싸웠다. 그리고 소원대로 노인회장이 되었지만 노인회의 분위기는 전과 같지 않다. 이처럼 조씨는 지금까지도 노인회의 단합을 이끌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한인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인 인구 3만명도 안되는 이 지역에 부끄럽게도 2개의 한인회, 2개의 노인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10년 넘는 시간동안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조석산씨는 한인회장으로 추대되었다는 다음날에 필자와의 통화에서 상대 한인회의 누구누구를 보낼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봉사정신을 뒤로 하고, 누구를 무너뜨리기 위해, 누구를 괴롭히기 위해 시작하는 단체장이라면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호언장담하면서 결성되었던 덴버 광역한인회는 처음부터 회장감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결국 10년 넘게 한인회와 노인회 분란에 늘 함께 있었으며, 다수의 회장 타이틀 앞에 이성을 놓아버린 조씨를 한인회장에 덜컥 올려놓았다. 앞으로 연합한인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연명해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미 명분은 바닥을 쳤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한인회관을 매각한 돈을 자기들끼리 다 나눠쓰고 한푼도 한인사회에 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늘 뒤가 구린 한인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회관 매각 이후 차기 회장들조차 이러한 사실을 밝히기를 꺼렸다. 우리가 그들을 공범으로 간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인회관 매각의 주역이었던 바비 김 전 한인회장은 현재 노우회관도 팔아먹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 한인회 인사들이 노우회관 매각설에 대해 알고 있고, 한인회 관계자로서 서로 얽히고설킨 사이라는 것은 한인사회 전체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만약 바비 김씨가 한인회관에 이어 노우회관까지 팔아먹게 된다면 이는 현 한인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인회관을 팔고 남은 돈의 경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탓에 10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과오를 범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이렇듯 콜로라도 한인회들의 모습은 떳떳하지 못하다. 한인사회의 수준은 점차 높아가는데 협회의 사람들은 왜 20년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한인회가 광복절이나 삼일절 기념식만 하는 단체일 뿐이라면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 관광을 독려하기 위한 영문관광정보지를 만들어본다거나, 일본의 역사 왜곡을 알리기 위한 영자 전문을 만들거나, 영어로 된 한국 음식 홍보지를 만든다던가, 독도가 한국의 땅임이 명확하게 그려진 지도를 제작 배포한다던가, 평창 올림픽 준비에 동참한다던가 아니면 인천-덴버 직항 노선 개설에 힘을 쏟는다든지 등 이곳 한인회가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한다. 그러나 이러한 할 일은 하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하는 행사를 하면서 후원금만 거둬 사용출처도 밝히지 않는다. 공익을 위한 곳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후원금도 보태주면 안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어느 단체든 모임의 수장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공인이며, 그 자리에 서있는 자신의 격을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내탓으로 반성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최소한의 마음가짐조차 없다면 자격이 없다. 개인욕심에 눈먼 한낱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다. 지금까지 언론은 칭찬을 계속해주면 더 잘하겠지하는 심정으로 비중없는 일도 크게 보도하고, 치켜 세워 주었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깨닫고 방법을 모색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겸손도, 반성도 없었다. 이런 한인회들을 지면에 담아 존재의 가치를 넓혀온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작태에 책임을 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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