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질문에“정치인생 뿌리까지 돌아보겠다”

            12일 오후 3시 27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 앞에선 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맨 안 전 대표의 옷차림은 대선 TV 토론회 때 모습 그대로였다.  수행원들 뒷편으로 플래카드를 든 한 시민이 “이게 새정치냐”, “정계 은퇴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안 전 대표는 반응하지 않은 채 마중을 나온 당직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눈 뒤 당사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나가는 동안 카메라 셔터 소리 외엔 들리지 않았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연 그는 수 차례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먼저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고 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도 강조했다. 검찰이 소환을 요구하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정계 은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안 전 대표는 “저는 항상 책임지는 정치인이었다”며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 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먼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예상을 넘는 책임을 져왔다”며 “선거 패배 후 당 대표직을 내려놨고, 리베이트 조작사건 때도 무죄를 알고 있었지만 당을 구하기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도 어떻게 책임을 질수있는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겠다. 지난 5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면서 상황에 따라 거취에 대응책을 찾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로써 안 전 대표는 세 번째로 ‘정치적 광야’에 서게 됐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한 뒤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나며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5년 12월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허허벌판으로 나선다”며 민주당을 탈당한 것이 두번째 위기였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치 데뷔 이래 가장 긴 동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호남권의 한 의원은 “‘안철수’라는 상품은 이제 호남에서 효과가 끝났다.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 전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는 “호남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동정심리도 상당하다”며 “검찰 수사에서 안 전 대표가 연루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자연스럽게 활동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특혜 의혹 이준서
‘문준용 취업’폭로 전“내가 책임진다”

          이준서(40)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문준용(35)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알고도 폭로를 밀어붙인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국민의당 측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이 전 최고위원 말을 믿고 별다른 검증 없이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같은 내용을 적었다. 검찰은 “피의자(이 전 최고위원)는 문준용 특혜채용 관련 자료가 허위이거나 허위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유미 등과 순차 공모하여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문재인 후보 및 그 직계비속인 아들 문준용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폭로가 허위임을 알았다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적혔다. 검찰은 “해당 자료에 대한 아무런 확인 없이 이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측에 전달하여 조작된 음성녹음 및 녹취록을 언론에 발표하게 했다. 민주당 측의 반박 성명, 문준용 친구의 반박글 게시 등으로 인해 이러한 자료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공명선거추진단 측에 본건 자료가 사실이라고 추가로 확인해 줌으로써 5월7일 2차 기자회견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실제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5월 5일 국민의당의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 폭로 이튿날인 6일 저녁 의혹 자료를 넘겨준 이유미(38ㆍ구속)씨로부터 “제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7일 국민의당 2차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을 계속 공표하도록 했다. 다음날 이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무서우니 그만하자”고 전화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월 27일 이씨로부터 “문준용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였던 사람을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특혜채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구해 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만 잘 해결되면 국민의당 청년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청년위원장은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겸직하게 되고 최고위원이 되면 쉽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1일 이씨로부터 카카오톡 대화 캡처 자료를 넘겨받은 이 전 최고위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언론사 기자 A씨에게 기사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A기자는 “신빙성을 보강할 녹음파일이 필요하다”며 기사화를 보류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다시 이씨에게 녹취록을 요구했고, 이씨는 동생 이모(37)씨를 준용씨의 동료인 척 연기하게 해 조작된 녹취록을 만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결국 이 전 최고위원은 기사화를 위해 녹음 파일까지 A 기자에게 건넸다. 하지만 A기자는 “해당 동료가 언론 공개에 동의한다는 녹취록이 있어야 한다”며 또 다시 기사화를 보류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A기자의 요청대로 이씨에게 요구해 녹음파일을 받은 뒤 이를 다시 건넸지만 “제보내용 진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사화 되지 않았다.  A기자와 달리 국민의당 대응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은 5월4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제보자 신원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내용만 듣고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이튿날인 5일 대대적으로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폭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단순히 관련자들이 ‘허위 가능성을 눈치챘을까 아닐까’에 관점에서만 보는 건 실체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씨의 동생 이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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