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의 기초요, 기독교적 발상의 공리(公理)입니다. 십자가 없이 기독교 없고, 교회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마다 십자가를 달지 아니한 교회가 없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공리

        십자가의 공로를 의지하면 허다한 죄를 지은 사람도 용서를 받습니다. 죄를 한번 지은 사람도, 죄를 백번 지은 사람도 용서를 받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쉬운 십자가의 도(道)를 모르고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죄의 짐을 지고 일생을 어둡고 괴롭게 살아갑니다. 하나님이 어째서 십자가 앞에서 이토록 물러지고 이토록 순해지셨습니까? 본문은 “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어지며, 너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공동번역)고 선언하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생각이 덜 미치는 사람들은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랴. 진홍같이 붉은 것이 분홍이 된다든지, 다홍같이 붉은 것이 연분홍이 된다고 했더라면 차라리 믿을 수 있으련만 흰 눈같이 되고 양털같이 된다니 신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도가 어리석은 것, 미련한 것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고전1:18). 그러나 늦게 깨달은 바울은 너무나 감격하여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했다”고 외쳤습니다.

십자가 사건의 반복

        우리들이 드리는 우리의 예배는 하나의 문화행사가 아닙니다. 예배는 백번을 드려도 천번을 드려도 그것은 이천년 전에 있었던 그리스도 사건의 재현(再現,Revival)입니다. 예배는 전체 역사의 중심주제의 요약이며, 하나님의 인류구원 드라마의 재현입니다. 교독, 찬송, 찬양, 기도, 설교… 그 모든 순서들은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우리 죄를 대속하셨으니 누구나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이야기(Story)의 반복(反復)입니다. 드라마의 주제는 언제나 그리스도, 우리는 예배에서 맡은 배역(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배역을 맡을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충성입니다. 찬송부르는 역을 맡은 성가대는 영혼의 목소리로 하나님의 영광을 기려야 합니다. 우리는 예배에서 하나님과 인간이 서로 원수된 사이에 끼어들어 화해자 역할을 하되 희생의 방법, 자기 몸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수행하신 그리스도, 그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고, 그 아픔을 실감하고, 그 부활을 환희하면서 감사하며 감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배를 반복함에 따라 처음에는 거룩한 드라마(聖劇)의 작은 배역을 맡다가 차츰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닮아가다가 급기야는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작은 그리스도들(little Christ)’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믿음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강한 것, 기적적인 것, 아름다운 것, 위대한 것, 승리하는 것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패배, 나약, 죽음, 실패에도 나타납니다. 제자들에게 배신당하고 군중에게 배척당하고, 하나님으로부터도 무응답일 때, 예수님이 외로운 절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문법적으로 말하면 현재형도 아니요 현재 진행형도 아니요 버린다는 동작이 이미 끝난 상태, 즉 현재완료형이다)를 외친 것이 어찌하여 믿음을 나타낸단 말입니까. 예수가 이렇게 부르짖어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승리, 군림, 제패에만 하나님의 뜻이 있고, 고독, 실패, 병, 죽음에는 하나님의 뜻이 없는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생애에서 한번도 불신의 부르짖음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무리 애원해도 하나님의 응답이 없고,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으며, 역사에선 부정, 불의가 승리하고 진실한 사람은 번번이 밀려나고 질때, 여러분이 견디다 못해 “하나님, 도대체 당신은 계십니까!”혹은 ”하나님, 당신은 나 같은 사람의 호소 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지요!”라고 불신의 절규를 외쳐 본 사람이 계시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등돌리려는 수작이 아니라 참 믿음을 찾는 단계에서 불가피했던 하나의 진한 진통이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맺는말

       십자가와 고난은 단지 피해야만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선용되고 바쳐져야 할 내용입니다. 인간은 고난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그릇을 넓히고 십자가를 통하여 영원한 부활로 가는 수련을 완성합니다. 현대교회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참된 승리를 보여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역사는 창조적 고통과 대속적 희생에 의하여 밝혀지며 영광의 부활은 십자가를 무릅쓰는 자만이 소유합니다. 영광의 광장은 넓고 넓지만 그 넓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고 험합니다. 사람마다 겟세마네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십자가가 있습니다. 당신의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겟세마네를 통하여 기도를 배우십시오. 당신의 십자가를 통하여 영광의 부활에 이르십시오. 당신의 고난의 때에 하나님은 한없이 아파하시며 동참하고 계십니다. 힘을 내고 용기를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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