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탈을 쓴‘악마’

        경기도 부천에서 남편과 함께 7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장기간 집안 냉장고에 유기한 30대 여성은 범행 직후 시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국장을 부엌에서 끓였다. 학대로 스러진 아들에 대한 미안함보다 자신의 범행을 숨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선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는 16㎏에 불과한 아들이 90㎏의 건장한 체구인 남편에게 무차별적으로 맞아 숨진 당일 감기에 걸린 딸은 이비인후과 병원에 데려갔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매일 안방을 드나들면서도 학대를 당해 몸져누운 아들은 모른 척하던 그 엄마였다. 딸에게는 좋은 엄마였을지 몰라도 숨진 7살 아들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였다. 부모의 탈을 쓴 악마는 지난해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활개 쳤다. 이 사건을 포함해 여러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학대 피해자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가스 배관을 타고 집에서 탈출한 ‘인천 맨발소녀’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허겁지겁 과자를 집어 먹었다. 그 모습은 뉴스를 통해 안방에 전달됐고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정부가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를 시작했고, 부천 초등생 사건도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부천 초등생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선고 당시 “뒤늦게나마 이뤄진 장기결석 아동 조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밝혀질 수 없었을 것이고 피해자는 계속 차가운 냉동실 안에 방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결석 아동 조사에도 아동학대의 고리는 끊기질 않았다. 지난해 2월 부천에서는 11개월간 미라 상태인 여중생 시신이 발견됐고, 3월에는 평택에서 락스와 찬물 학대 끝에 숨진 7살 원영이가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왔다. 원영이는 한겨울 트레이닝복만 입은 채 3개월간 화장실에 갇혀 지내며 두들겨 맞기를 반복했다. 밥과 반찬을 뒤섞은 식사를 하루 한 끼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연이어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후 의심 신고가 많이 늘었고,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주위의 작은 관심이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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