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특검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결국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불출석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도 특검수사 기한연장 신청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 종료는 2월 28일이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일은 2월 27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제1차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넉 달이 지났다. 이후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대다수의 증인을 신청하는 등 갖가지 지연 전략을 펼쳐왔고 결국에는 최후변론을 위한 헌재 출석도 거부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신문에 대한 부담감, 헌재 출석 자체가 불명예라는 점 등을 고려해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관과 국회 측의 ‘송곳 질문’에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으로선 답변 과정에서 자칫 당황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탄핵심판과 특검, 검찰 수사에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지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선고는 열흘 뒤에 이뤄진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 임기만료일인 3월 13일 선고가 유력하지만 헌재가 결정문 작성에 속도를 내면 3월 10일 선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헌재는 그동안 “더 이상의 재판 지연은 안 된다”고 밝혀 3월 13일 이전 선고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정치형태를 가진 국가로 전락했다. 그동안 많은 유언비어들이 나돌면서 과장된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 최씨의 주요 국정 개입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여건도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해 대기업 53사에 774억원을 출연토록 하는 등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 측도 지난 2015년 7월과 이듬해 2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독대할 때 두 재단에 출연하기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또, 연설문 수정도 사실이었다. 검찰이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사용한 대포폰 2대의 통화·문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이 기간 최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 178건을 보냈고, 최씨는 이 중 95건을 수정해 정 전 비서관에게 다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문건 유출건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은 유출된 기밀 문건 47건 가운데 최소 16건에 대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최씨의 인사개입도 확인됐다. 최씨가 측근인 광고 감독 차은택씨의 추천을 받아 차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지인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임명되도록 힘쓴 사실도 확인됐다. 차씨도 최씨 추천으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에 임명됐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도 최씨 추천으로 임명된 사실이 특검 조사로 드러났다. 지인의 민원을 들어준 것도 확인됐다.

      최씨가 2014년 10월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현대차는 2015~2016년 그 회사로부터 제품 10억여원 상당을 납품받았다. 최씨는 청탁한 지인으로부터 샤넬 가방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성과의 연계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승마 유망주'를 발굴해 좋은 말을 사주고 해외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삼성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 선수들에게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독대 이후 삼성은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도 확인되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구속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이를 국가의 발전과 중소기업의 융성을 위한 일이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라의 발전을 위해 왜 굳이 최순실의 말만 들어야만 했을까. 문화융성을 위해 왜 굳이 대포폰까지 사용해가면서 최순실의 말을 따라야만 했을까. 박 대통령이 최씨에 대한 대우가 극진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최고의 엘리트 참모진들이 한낱 무녀 따위에 머리를 조아리며 그렇게까지 극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박 대통령의 태도를 따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달에 150만원도 못받는 가장들이 수두룩한 대한민국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50개가 넘는 기업을 주무르고, 딸의 입학특혜, 딸의 친구 아버지와 측근들에게 특혜를 주고, 수천억원을 가지고 놀 정도의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8조원이 넘는 재산을 만들어주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받은 댓가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순실이 대한민국을 농락하게 한 책임은 그가 져야 한다. 법적인 해석을 떠나 기가 막힌 국정을 해온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탄핵 찬반으로 두동강이 났다.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와 마땅히 탄핵되어야 한다는 ‘촛불집회’가 그 형상이다. 탄핵심판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의 충돌은 더 격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며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될 것이라는 말이, 촛불집회에서는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마치 두 집회는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여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적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데 의미가 크다. 망가진 우리의 국제적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헌재의 결정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비록 탄핵의 직접적인 사유가 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도, 최순실에 의한 대한민국의 국정농단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최순실의 명령을 받들은 측근 모두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입을 모아 진술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대부분 사전 각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 취임 후 약 4년 만에 처음 이뤄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지난달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 출연이 고작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서진의 대면보고도 꺼려 소통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불통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증거를 찾아내는 시간에도 본인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설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직무에 복귀할 수 없다. 리더십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헌재의 심판 이전에 본인이 스스로의 행보를 고민했어야 했다. 두쪽난 대한민국, 그리고 이 국가적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박 대통령의 혜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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