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극물로 암살됐다. 이 사건은 김정은 주도하에 계획된 테러 행위로 추정되고 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김정남은 당시 오른쪽 어깨에 배낭을 걸친 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서 마카오행 항공편 체크인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는 공항 무인 발권기쪽으로 걸어갔고 당시 주변에는 경호원도 없는 무방비 상태였다. 이 때 2명의 여성이 김정남에서 접근했다. 한명의 여성이 그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흰색 티셔츠를 입은 다른 여성이 김정남의 머리 뒤에서 액체를 묻힌 천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 이 모든 일이 단 3초간에 일어났다. 범행 직후 두 여성은 흩어져 사라졌다. 어지러움과 눈통증을 느낀 김정남은 눈을 비비며 공항 정보센터로 천천히 걸어가 직원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2명의 경찰관과 함께 공항내 진료소로 갔지만 공항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 사망했다.

         그런데 북한의 반응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당일 밤 11시 30분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나타나 갑작스러운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먼저 김정남의 부검 결과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정은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현지 주재 대사를 통해 김정남 시신을 부검도 하지 말고 넘기라고 요구한 것이다. 부검시 독살의 증거가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이 요구가 먹히지 않자 다음날 오후에는 강 대사가 말레이시아 경찰과 병원을 찾아 즉각 시신을 인도할 것을 요구했으나, 다시 말레이시아 경찰로부터 거절당했다. 현지에서는 강 대사가 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강 대사는 이어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발언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이용해 말레이시아가 적대 세력과 야합해 우리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 대사가 이번 테러의 배후로 한국을 겨냥한 발언은 참으로 엉뚱하다. 오히려 북한측이 한국이 내부적으로 특검이다, 탄핵이다, 대선이다, 체포다, 구속영장이다, 헌법재판소다, 청문회다하면서 매일같이 정신 없는 틈을 타 우리에게 돌을 던진게 아닐까 싶다. 이같은 북한의 억측은 금새 탄로났다. 사건발생 이틀만에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 남성 전원이 북한 국적임을 밝혔다. 다음날 공항을 배회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은 남성 4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6명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범행 직후 4명의 용의자 북한남성들은 말레이시아를 나와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범행 4일만에 평양에 도착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국제 경찰과 인근 국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국에서 발생한 테러의 진범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피살된 김정남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다. 김정일은 정식 결혼을 하기 전에 유부녀인 성혜림에게 지속적인 구애를 했고, 결국 김정남을 낳았다. 김정남은 권력 승계 우선순위를 가진 적자임에도 1980년대 초 김정은의 친모인 고용희가 김정일의 총애를 받으면서 배제되었고, 2001년 일본에서 위조여권 밀입국 사건이 터지면서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그후 해외를 떠돌았고 2011년 김정일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에 구성된 국가 장의위원회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북한정치계에서 제외된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항상 요주의 인물이었다.

         이번 사건은 북한 공작원들이 외국 여성을 고용해 청부 살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체제의 속성상 왕(王)과 같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그의 이복형 암살은 절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은이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정남을 왜 이 시점에서 살해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여러설이 대두된다. 첫번째로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후에 북한의 3대습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니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눈엣 가시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두번째는 중국이 김정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김정남에게 마음을 둔 부분이다. 중국은 그동안 김정일 후계 정통성과 통치 능력을 의심받아온 김정은의 대안세력으로 비교적 온건하고 친중국적인 김정남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정은은 북한 정권 교체시 '김정남 대안론'이 거론되자 화근을 없애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세번째는 김정남이 귀국 지시를 거부하자 한국으로의 망명을 막기 위해 싹을 잘랐다는 추정도 나온다. 여기에는 탈북자 등 밖에서 김정은 체제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들에 대한 경고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은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공포 통치를 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도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망명에서 보여지듯 핵심간부의 잇단 처형과 숙청에 따른 북한 엘리트 계층의 동요가 심화되어 내부 상황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고모부 장성택과 자신의 이복형까지도 살해하는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정권의 공고화가 아니라 오히려 단명을 재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형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김정은의 잔혹성과 오늘날 북한의 불안한 현실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김정남 암살은 앞으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김정은의 반인권적·반인륜적 죄상을 나열한 목록 앞부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정치의 한 권위자는 “김정남은 중국과 한국에 가치가 있는 인물이었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발생하면 상징성 있는 인물이 국면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때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정남이었다. 그의 죽음은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손실이다” 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 엘리트 고위 관료들 모두 자기 가족도 죽였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무슨 짓을 못할까 라며 숙청을 우려할 것이다.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중국 상무부는 올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근래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다. 지난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다음 날 중국은 북한산 석탄 1만6000t을 통관시키지 않으며 경고를 보냈다. 여기에 김정남까지 암살되자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측 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김정은의 달러 수입은 연간 8억~10억달러 정도가 줄어들게 되며 이는 북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이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해도 꼼짝 않더니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자마자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밀무역 까지 제재해 김정은의 돈줄을 최대한 막아야 국제사회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소행이 명백해진 만큼 한국 정부도 국제적인 공분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을 단죄하기 위한 외교전선을 구축할 때가 됐다. 그래야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임박한 북한 정권의 힘을 뺄 수 있다. 아무리 국내가 혼란스러워도 외교까지 손을 놓으면 안 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돈과 지원만 바랬다. 더이상은 속지 말아야 한다. 한국내에서는 지금 민주당의 위험하고 한심한 목소리가 들린다. 중국은 북을 봉쇄하는데 민주당은 집권하면 곧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국제 공조만이 아니라 중국과도 거꾸로 간다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연 2억달러 정도가 김정은 수중에 들어가는 것 뻔하다. 김정은 정권이 바뀔 때까지 북한에 돈을 줄 명분은 모두 배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돈만 털리고 결국 우리 돈으로 핵을 만들어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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