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2월 말까지 구금이 재연장됐다. 정유라는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 외곽 주택서 불법체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에 대한민국의 검찰은 외교부를 통해 곧바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했으며, 법무부는 덴마크에 긴급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정유라 송환절차를 진행했다. 처음에 정씨는 구금 연장 심리서 조건부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며칠 후 한국을 가지 않겠다며 생각을 바꿨다. 1월 10일 부로 정유라의 여권은 무효화되었지만 덴마크 검찰측은 한국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정유라 구금을 2월 22일까지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의 의도를 묵과한 것이다. 하지만 정유라의 송환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순실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인질' 성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혐의가 있어야 하는데 특검은 정확성이 떨아지는 내용 등을 증거자료라며 덴마크 측에 전달했고, 이에 덴마크 검찰은 황당해하며 추가자료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정유라 송환은 추가자료가 전달되더라도 몇 주가 더 걸릴 전망이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 증인이자 피의자 신분인 정유라는 독일에서부터 덴마크까지 도피생활을 해오다가 JTBC 기자의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조용한 나라 덴마크에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은 사태의 피의자 중 한명이 체포되어 구금되면서 뜻밖의 신선한 뉴스거리가 생겼다. 정유라가 체포되었던 집과 그녀가 현재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 앞에는 한국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덴마크와 스웨덴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정유라가 있는 구치소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으며, 덴마크 지역 언론들은 이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유라는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 외의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판 라스푸틴의 딸이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대표 일간지 가디언지도 정유라의 체포를 보도하면서 "최순실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라스푸틴은 재정 러시아 말기의 파계 수도자이자 예언자이다. 허수아비 황제 니콜라이 2세를 등에 업고 농민들에게 세율 90%의 가혹한 세금을 거둬들여 사재를 축적하고, 이것에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피의 일요일'로 회자되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켰다. 최순실에 대해 라스푸틴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비아냥이 느껴진다. 어쨌든 특검과 정유라, 덴마크 법정의 줄다리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유라 송환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도 해외언론의 관심이 컸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 영국BBC, 알자지라 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일제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보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정치 스캔들에 깊게 관여했다” 며 그의 구속영장 청구 뉴스를 톱 기사로 일제히 다뤘다. 더불어 불안정한 리더십이라며 삼성 기업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사실상 삼성을 포함한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 모두는 대통령이 부탁하는데 어떻게 안 도와줄 수가 있겠느냐며 청와대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최순실 관련 재단을 도와줬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아주 오래전, 영국 히드로 공항에 내렸을 때가 생각난다. 공항 내에 있는 수많은 카트에 하나같이 삼성 로고가 붙어 있었다.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공항 입구에도 삼성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공항가는 길이 아니라 삼성으로 가는 길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삼성 제품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다. 셀폰 하나만 봐도 삼성의 인지도를 금새 알 수 있다. 한국하면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만큼 삼성은 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다. 이 한국의 상징적 기업의 후계자가 청문회에 나서 질타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외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을 밀어부쳤다. 한국 기업사의 신화인 삼성이 세계 언론의 비아냥거리로 몰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진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작가들과 함께 '곧, BYE! 展(전)'을 열었다. 그런데 전시 그림 중에 누드화를 합성해 박 대통령 얼굴을 넣은 '더러운 잠'이란 그림이 문제가 됐다. 이 그림은 ‘풍자'라는 선을 넘어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여성비하와 인권유린의 극치를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보수층과 여성들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도 반감이 확산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시키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야당인 국민의당 의원들도 "표 의원은 사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문제가 된 그림은 국회 사무처가 철거하기 전에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60대 남성에 의해 철거됐다.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찬반이 갈렸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인격 비하, 여성 비하, 저질적 성희롱 행위로 국격을 추락시킨 범죄 행위"라고 한결같이 비판했다. 이 문제의 그림도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어 한국정치의 품격이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해도해도 너무한 일이었다. 얼마전 한국의 어느 일간지에서 한 남성독자가 적은 ‘참 야비한 국산 남정네들’ 이라는 글을 언뜻 본적이 있다. 남자들 스스로 보기에도 이번 대통령의 누드 풍자 전시회가 참 한심한 짓이었음을 고백하는 글이었다. 예술을 빙자해 저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번 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표 의원은 본의아니게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동정으로 바꾸는데 일조를 한 셈이 되었다. 정치에서도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 지금 정국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이곳저곳에서 작은 불씨들이 타오르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 사는 우리는 국내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외신들에게 난타질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한국은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쌈닭이 되었다. 그들에겐 아주 좋은 구경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최소한의 구경거리만 허용해야 한다. 아무리 현정권의 퇴진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고 해도, 해외에 살면서 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박 정권 물러가라, 탄핵찬성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까지 나서는 모습은 그다지 정의로와 보이지 않는다. 집안 싸움을 굳이 옆 동네에까지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싸움하고 있는 집안만 욕들어 먹을게 뻔하다. 이제는 고국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 자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앞서 언급한 최유라, 이재용, 표창원 외에도 많은 이들이 외신들의 타켓이 되었다. 더 이상 한국이 싸움만 하는 나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쌈닭의 이미지를 벗고 평화롭고 지혜로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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