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지갑 열다

        “중국에 이어 유럽과 남미까지 시장을 확장해, 마스크팩을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으로 만들 겁니다. 3000원짜리 마스크팩이 고가의 명품 화장품 못지않다는 것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제 꿈입니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로 알려진 엘앤피코스메틱은 마스크팩만 팔아 작년 4050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에 달한다. 놀라운 점은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거뒀다는 점이다. 해외 매출 대부분이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에서 나왔다. 지난달 11일 서울 가양동 사무실에서 만난 권오섭(57) 엘앤피코스메틱 대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중국 대도시 20~4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며 “중국 여성 사이에선 피부관리실에 가기보다 하루 한 번 마스크팩을 쓰는 게 낫다는 인식이 뿌리깊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2014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마스크팩은 필수품이었어요.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비싼 제품을, 그렇지 않으면 저렴한 제품이라도 마스크팩을 꼭 썼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권 대표는 저가인 마트용 마스크팩부터 고가 백화점용 마스크팩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현지 직영 매장을 강화했다. 그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이어 최근에는 난징·허페이·우한 등 지역 거점도시로 현지 직영매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중국 시장 공략 덕분에 2013년 91억원이던 매출은 2014년 570억원, 2015년 1900억원으로 매년 껑충 뛰었다. 고려대 지질학 석사인 권 대표가 화장품업에 뛰어든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화장품 업체를 직접 운영하다가 다른 업체에 매각했다. “어머니는 학자가 되길 바라셨지만, 저는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1992년에 어머니의 지인이 운영하시던 화장품 회사에 취직해 일을 시작했죠.” 권 대표는 4년 뒤 회사를 나와 국내 최초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체 ‘코스피클럽’을 세웠다. 방문 판매나 직영 판매 위주였던 화장품 업계에 당시에는 없던 판매 모델이었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1등 화장품 기업을 만들려면 접근 방식이 달라야 했어요. 화장품을 사게 하려면 사람들 눈에 띄는 거리에 매장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코스라인이라는 색조 화장품 업체도 차렸지만 그마저도 매각했다. 그러나 기회는 위기와 함께 왔다. 코스라인을 운영할 때 2000원짜리 한방 마스크팩을 내놨는데, 월 20만장씩 꾸준히 팔렸다. 이후 마스크팩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화장품업체 리더스코스메틱에 로열티를 내고 ‘클리니에’란 브랜드로 마스크팩을 판매했고 2012년 자체 브랜드 ‘메디힐’을 만들었다. 권 대표의 전략은 ‘돈 주고 사서 쓰는 마스크팩은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이었다. 권 대표는 “화장품 수출은 한국 문화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마스크팩을 매달 출시해왔고,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만 250개에 달한다”며 “미용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신제품을 선보이는 ‘패스트(fast) 코스메틱’ 브랜드로 전 세계 여성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정치 혼란에
가장 타격받는 건 서비스·자영업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나 대통령 탄핵안 통과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유독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짓누르는 악영향은 사건 발생 후 평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격탄 맞는 서비스업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영 시 고려할 사항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 통화정책 등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고용 생산 등 실물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노태우 정권 택지비리(1990년 10월~1991년 3월)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2002년 6~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 및 기각(2004년 3~5월),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2008년 4~6월) 등 노태우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발생한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고용 생산 소비 등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기간 이후 고용과 산업활동, 소비 등은 1~2분기에 걸쳐 위축되다가 사건 발생 후 3분기째부터 점차 회복되는 ‘U자형 패턴’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혼란은 특히 민간소비에 타격을 줬다. 주요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기 2분기 전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4%를 기록했지만 사건 발생 2분기가 지난 뒤엔 3.7%로 낮아졌다. 민간소비 위축은 음식·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과 이들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자영업자, 임시 일용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주요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기 2분기 전 평균 4.6%를 기록했지만 사건이 터진 뒤엔 2분기가 지나도록 평균 0.9%를 나타냈다. 사건 발생 후 3분기째엔 0.8%로 더 하락했다가 4분기에 가까스로 1.6%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들 “투자 결정 어렵다” 자영업자 증가율의 둔화 폭 역시 크고 회복 속도도 더뎠다. 사건 발생 2분기 전 자영업자 증가율은 평균 0.7%였으나 발생 2분기 후엔 -1.4%로 급락했다. 임시 일용직 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1.5%에서 -1.2%로 하락했다. 반면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 폭이 작았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평균 4.8%까지 낮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고 사건 발생 후 3분기(5.2%)째에 반등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아 해외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의 의사결정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설비 투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6.2%에서 1.9%로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최순실 게이트’가 경제 심리를 옥죄는 가운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이 현실화되면 경제에 미칠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 등의 리스크 요인이 겹칠 경우 경제 심리나 실물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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