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 특검 당혹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를 가진 뒤 19일 새벽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부회장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낮고, 특검팀이 제시한 혐의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영장 실질 심사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기각 즉시 풀려났다. 총수 부재(不在) 상태를 우려했던 삼성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재계 등에선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와 기업들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삼성의 ‘총수 사법 처리 리스크(risk·위험)’는 그대로 남아 있다.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에게 433억 뇌물 공여 혐의와 90억원대 회사 자금 횡령 혐의,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僞證)한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2015년 7월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 모녀에게 약 229억원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낸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문제와 전혀 대가 관계도 없는 만큼 뇌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처럼 ‘피해자일 뿐’이라는 의견을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특검팀의 박 대통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기업들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규모나 최씨 측에 대한 지원 규모가 가장 큰 곳이 삼성이었고, 특검팀 스스로 “삼성의 대가 관계가 가장 뚜렷하다”고 해왔기 때문이다. 기각 결정이 알려지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특검팀 내부에서 나왔다. 특검 관계자들은 기각 결정 직후 귀가해 있던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특검 출범 초기부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검찰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 출연금을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낸 것으로 판단했으나, 대기업들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었다. 특검팀은 삼성의 경우 재단 출연금 규모가 204억원으로 가장 크고, 최씨 측에 따로 지원하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한 돈도 229억원이나 되는 데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대가 관계도 가장 뚜렷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의심을 갖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마무리 짓지 못하고 특검팀에 바통을 넘겼다. 그러나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팀의 ‘뇌물 혐의’ 수사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비록 정식 판결은 아니지만 법원이 삼성 등 대기업들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일단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시간에도 쫓기고 있다. 70일로 정해져 있는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2월 말까지다. 특검 수사 기간은 30일간 연장할 수 있으나 연장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향후 삼성 이외의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서둘러 진행해 박 대통령을 2월 초 조사한 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다른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보강 수사를 할 수밖에 없게 돼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특검팀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김기춘-조윤선 구속영장 청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2014년 5월 박 대통령이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체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시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56·구속) 주도로 지원 배제 인사 80여 명의 명단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 명단이 최초의 블랙리스트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 최초의 블랙리스트에는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으로 논란이 됐던 홍성담 작가 등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런 혐의 내용이 12일 구속된 신 전 비서관의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박 전 수석 후임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정무수석이 된 뒤 정무수석실이 주도해 블랙리스트 명단을 늘려 나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지원 배제 명단은 9000명을 넘어섰다. 특검은 18일 조 장관과 블랙리스트 작성의 설계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김 전 실장이 청문회에 출석해 “블랙리스트 존재를 몰랐다”고 한 발언이 거짓이라며 김 전 실장을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졸업 후가 두렵다 … 대졸 실업자 비중 절반 육박

실업자 중 대학 졸업자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 신세로 남지 않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취업준비생도 불어나는 모양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학력을 지닌 실업자는 45만6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천명 증가했다.  대졸 실업자 규모로는 2000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가장 많았다.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1%로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졸자라는 의미다. 대졸 실업자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1.6%포인트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초졸 이하 실업자 비중은 10.0%에서 4.9%로, 중졸은 14.9%에서 6.3%로, 고졸은 51.6%에서 43.8%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2천213만4천명에서 지난해 2천724만7천명으로 23.1% 늘었고 그중 실업자도 97만9천명에서 3.4% 증가한 101만2천명이 됐다. 대학 진학률은 2000년 68.0%에서 2015년 70.8%로 2.8%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실업자나 대학 진학률 증가 속도에 견줘 대졸 실업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노동시장에 나와도 이들을 받아줄 괜찮은 일자리가 그만큼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는 경기적 요인도 있다. 불경기가 지속하면서 기존 인력도 줄이는 마당에 기업들이 신입을 뽑을 여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직활동을 미루고 어학을 공부하거나 스펙을 쌓는 활동에 매진하는 취업준비생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청년층 취업준비생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지난해에도 20대 취업준비생은 40만 명대로, 전체 취업준비생 중 3분의 2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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