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메시지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로 귀국 엿새째를 맞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귀국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같은 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 반 전 총장 측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민생행보로 발은 바쁘지만 메시지에 감동이나 국가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캠프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날 공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지난 15~16일)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20.0%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1.4%)에게 11.4%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9~10일 같은 기관 조사(문재인 19.7%-반기문 14.1%)와 비교해 격차가 두 배로 벌어진 셈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58% 이상이 ‘국정운영이나 정치를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며 “외교관으로서 능력과는 별개로 정치지도자 반기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과 격차 두 배로 더 벌어져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당일 공항에서 “국민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외치며 “패권과 기득권은 안 된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행보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강하게 차별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지방 방문에서의 반 전 총장 메시지는 오락가락하는 반반(半半)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냐, 진보냐’부터 ‘빅텐트(대통합)냐, 입당이냐’까지 국민의 궁금증만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산업화의 상징인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가 17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5년 만에 참배하면서 “노무현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는 “봉하마을이나 5·18묘지, 진도 팽목항은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이라 메시지를 조심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전날 밤 교수 몇 명에게 무슨 말을 하나 물어보고 얘기하는 식이니 어떻게 혼선이 없겠나”라고 말했다. 캠프 내부 갈등도 메시지 혼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김숙 전 대사가 이끄는 외교관·측근그룹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 친이명박(MB)계 인사들 사이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김 전 대사 측이 “공식 캠프 발족 때는 MB계 인사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공언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선 “반 전 총장 주변 외교관들이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한 이회창 전 총재 주변 서울대 법대 출신 측근들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19일 오후 4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방문해 귀국 인사를 할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방문을 시작으로 여수 수산시장→대구 서문시장을 돌아 충남 공주로 가는 600㎞ 강행군을 했다. 오전 7시 숙소인 전남 영암읍 마을회관을 출발해 조선대 특강, 대구 청년 리더와 삼겹살 만찬 토크 등 6개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전국을 돌며 쏟아내는 발언은 연일 구설을 낳고 있다. 18일 대구에서 그가 이도운 대변인에게 했던 “아니,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나쁜 놈들’이에요”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던 배경을 끈질기게 묻는 기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은 이런 해석에 대해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호성·최순실, 2년간 2092차례 연락 하루 3번꼴
“박대통령, 최순실 무한신뢰”진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순실씨가 약 2년 간 약 2100차례, 하루에 3번꼴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에 대한 2회 공판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년 동안 2092차례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자 교환이 1197차례, 전화통화가 895차례”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하루에 3번꼴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알린 문자만 237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공용 이메일로 발송한 직후에 최씨에게 ‘보냈습니다’ 등의 문자를 발송하고, 최씨는 그걸 받아서 (수정한 뒤) 다시 발송한 다음 ‘보세요’라는 문자를 전송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사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정부 초기 박 대통령이 행정부 장·차관,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 고위직 인선자료와 인선발표안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해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 최씨로부터 받은 도움 때문에 박 대통령은 최씨를 무한 신뢰했고, 최씨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씨가 최종 의견을 주면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보고했고, 최씨의 의견을 반영할지 말지 최종 결정하는 건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검찰은 태블릿PC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 전 비서관이 “태블릿PC에 저장된 문건은 내가 최씨에게 보내준 게 맞고, 최씨 외에는 그런 문건을 보내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최씨가 2011년 7월에 독일에 있을 때를 포함해 제주도에서 사용한 사실 등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최순실, 대통령 앞서 비서실장도 하대
또, 지난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최순실씨가 사적으로 나눈 대화 녹취록을 TV조선이 18일 단독 보도했다. 녹취에 따르면 최씨는 대선 직전,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에 대해 “최경환이…”라며 아랫사람에게나 쓸 법한 말투를 썼다. 박 대통령도 최 의원에 대해 “너무 입이 싸다. 밖에 나가 적을 만들고 돌아다닌다”고 맞장구 치기도 한다. 또 최씨는 박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이나 취임식 연설문 초안을 박 대통령과 함께 논의하면서 문구를 일일이 지적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은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녹음 파일에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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