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찬성 234표로 가결 정족수, 재적 3분의 2인 200명을 훨씬 넘겼다. 이는 야3당과 무소속 전체가 찬성했다 쳐도 그보다 60여명이 많은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절반 가까이가 대통령 탄핵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오후 7시 3분부터 직무가 정지됐고 모든 대통령 권한은 황교안 총리에게 넘어갔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인 4~5% 선까지 떨어졌다. 대통령도 세 번이나 담화를 통해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헌정사에 기록될 오점이자 비극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당시노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주인 탄핵 소추안은 박 대통령의 죄목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음이 새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직무 정지에서 돌아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이 그를 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국회 탄핵소추안은 박 대통령에 대해 5가지 헌법 위반 행위와 8가지 법률 위반 행위를 적시했다. 결국 이 중에‘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은 길게는 6개월이 걸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직무 정지 직전 소집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헌재 심판과 특검 수사에 담담한 마음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가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촛불집회가 계속될 것이며, 국정 마비 상태가 이어질 것임을 왜 모를까. 지금까지의 잘못을 진정 반성한다면 하루빨리 하야절차를 밟아 국민들이 이러한 집회에 시간을 더이상 허비하지 않도록 해야함이 옳다. 대한민국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최순실로 인한 국정 농락 사태로 초유의 혼돈에 빠져 있었다. 최순실 등은 그의 40년지기인 박 대통령을 이용해 정부 장·차관 자리를 주무르고, 청와대 비서실을 자신의 비서인양 사용했으며, 문화사업이라는 핑계로 수천억원을,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의 돈을 갈취했다. 국무회의 일정도 바꾸고 연설문도 고쳤다. 800억원 가까이 모은 재단도 최씨에게 들어갔다. 최씨는 자신의 딸과 조카를 부정입학 시켰으며, 그의 측근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각종 이득을 챙겼다. 국회는 탄핵안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배반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을 공범으로 적시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면 그 즉시 박 대통령은 연금 등 각종 예우를 받지 못하게 된다. 탄핵을 피한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에겐 수사와 재판이 남아 있다. 특검은 현재 박 대통령에게 직권 남용과 강요죄 등 기존 혐의뿐 아니라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 일반인 신분이 되면 특검이나 검찰은 박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들은 유죄가 인정되면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정부가 지원하는 전직 대통령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작금의 최순실 사태가 알려지게 된 것은 고영태라는 호스트바 출신의 남자 때문이다. 최순실의 남자 고영태가 최순실 딸의 개를 성실히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순실과 싸우면서 사이가 벌어졌고 이에 앙심을 품은 고씨가 최씨의 자료를 가지고 언론사로 향하면서 오늘날의 사태는 시작되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호스트바 직원과 무속인으로 치부되는 최순실의 개싸움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최순실 청문회가 한창이다.  정식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 조사 청문회>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들은 대통령이 부탁하는데 안들어줄 수가 없었으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청와대측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이 청문회는 몸통인 최 씨를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들이 빠진 ‘맹탕’이었다. 그러나 몇가지 기억에 남는 증언들이 있다. 고씨는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級)으로, 최순실·박근혜 공동 정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증언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언은 참으로 비루했다. 최순실의 이름을 들어본적도 없다고 했다가, 네티즌의 증거자료로 인해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는가 하면, 매일같이 대통령을 만나 업무보고를 해야하는 비서실장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대통령을 대면하거나, 일이 없을 때는 만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지난 7월까지 청와대 관저 식당에서 일했던 조리장에 따르면 현 정부 초기엔 최씨가 일요일마다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하고 밥까지 먹고 갔으며,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있으면 출국 하루 전 평일에도 최 씨와 문고리 3인방이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더우기청와대 직원들은 최 씨에 대해 ‘대통령 위에 있는 사람’으로 짐작했다며 “‘최 씨를 몰랐다’고 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르는 척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최 씨가 대통령과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무슨 투약, 시술, 머리 손질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어떻게 끌어왔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도 비서실장을 만나지 않으면서 이 나라를 이끌었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납득 못할 행태에 대해서는 임기 초부터 각계와 언론에서 많은 비판, 고언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전부 묵살했다.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면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참담한 의문뿐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온 국민들이 합심해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바람에서 모아진 것이다. 촛불민심의 승리다. 여느 집회와는 달랐다. 2백만이 넘는 국민들이 참가한 이번 촛불집회는 최순실의 사태를 방관해온 여당에 대한 질타와 촛불의 의미를 이용하려는 야당도 함께 꾸짖는 헌정사상 가장 평화롭고 지혜로운‘국민 명예 혁명’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헌법과 역사를 바로 세운 위대한 국민이 아닐 수 없다. 탄핵까지의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역량은 우리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집회 때마다 과격 발언이 나오거나 폭력 조짐이 보이면 평범한 시민들이 제지했다. 아무런 불상사 없이 결국 헌법 절차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게 된 것은 그 덕분이다. 나라와 국민이 그만큼 성숙해졌다. 위대한 국민이 오만한 권력을 무너트렸다. 최루탄과 몽둥이가 난무하던 군사독재 시절, 전경과 대치하면서 물대포를 쏘는 장면들은 이제 옛날 일이다. 이번 집회는 영웅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참으로 평화롭고 질서정연하게 열렸다. 분노하되 품위를 잃지 않는 국민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보인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