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대통령 직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국정에 온전히 몰두하기 위해 나의 사업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내가 법적으로 그렇게 할 의무는 없지만, 대통령으로서 직무가 내 여러 사업과 조금이라도 이해 상충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대통령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식을 아직 치르진 않았지만 이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차기 정부의 경제팀 인선도 완료했다. 국방장관을 포함한 안보 라인 역시 강경파로 속속 채워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 스티브 므누신(53)과 사모투자펀드 투자자 윌버 로스(78)를 각각 초대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상무차관에는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 소유주인 갑부 토드 리케츠가 낙점됐다. 이들은 차기 경제팀을 이끌며 트럼프의 핵심 경제 공약인 감세, 규제 완화, 보호 무역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라인도 완성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1일 ‘미친 개’로 불리는 제임스 매티스(66) 전 미군 사령관을 초대 국방장관으로 발탁했다. 이제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 인선이 남았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또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을 차례로 각개격파할 모양새다. 대선 기간 줄기차게 미국 기업의 공장 외국 이전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기업 포드의 켄터키 ‘링컨MKC’ 모델 조립라인과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인디애나 공장 멕시코 이전계획을 각각 백지화시켰다. 이미 두 기업을 잡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기계부품 제조업체 렉스노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소재한 렉스노드는 지난달 중순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인디애나 주에 있는 렉스노드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동자 300명 전원을 악독하게 해고하려 하고 있다며 멕시코 공장 이전을 비판해왔다. 그는 앞으로 렉스노드 측과 접촉해 공장 이전계획 철회를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반트럼프’ 공화당 인사들도 백기투항에 나서 트럼프 정부에 대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워싱턴포스트는 ‘반 트럼프’ 인사의 대명사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공화당 인사 접수 작업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보도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를 비판하며 끝까지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의 납세보고서에 ‘폭탄’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탈루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물론 ‘가짜’, ‘사기꾼’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이처럼 ‘네버(never) 트럼프’ 운동을 주도했던 롬니의 태도는 트럼프 당선 이후 180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달 29일 만찬으로 진행된 트럼프 당선자와의 2차 회동 후 “롬니는 트럼프에게 항복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안보관을 줄기차게 비판했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연방상원의원도 입을 닫기 시작했다. 매케인뿐 아니라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연방 상원의원 등 반 트럼프 인사들도 지금은 아주 온순해졌다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전세계의 국가들이 이런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려있는 가운데, 지난주 그가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근간으로 여겨온 정책을 부인하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어, 미 중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도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고,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목전에 둔 백악관은 미국의 중국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진화 작업에 나섰고, 중국 정부는 이날 통화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마찰을 예고했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앞서 한달만 있으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는 트럼프가 한국보다 대만에 관심을 가지고 접촉을 했다는데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당선되자 마자 뉴욕회동을 했으며, 이번에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신 일본의 기습공격을 되돌아보는 장면을 연출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차기 정부를 향한 일본의 상징적인 정치 이벤트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시 해석하자면, 세계를 이끌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경제 정책에도, 탄탄한 안보정책에도, 잘지내고 싶은 친외교 국가 정책 등 어디에도 아직까지 한국은 없어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현재 한국은 시끄럽고 비루한 ‘아웃사이더’로 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바깥 사정에 신경을 쓸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연일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9일을 마지막 시한으로 대면조사에 협조할 것을 네 번째 요청한 23일 이후 닷새 동안 깔아뭉개다가 28일에야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조사 거부 이유도 국민과 법치 시스템을 한꺼번에 농락하는 수위여서 듣기 민망하다.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 및 특검후보 추천시한이 임박한 관계로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 ‘바빠서 조사받을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국무회의도 주재하지 않는 등 한 달 넘도록 국정이 마비된 상태인데, 이것이 국민 앞에 내놓을 핑계인가. 대국민 3차담화 이후 국민들은 더욱 분노했고, 지난주 6차 촛불집회에는 2백만이 넘게 모였다. 촛불집회로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제 탄핵이라는 외길만이 남았을 뿐이다. 더불어 민주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일정안을 두고 협상 중에 있지만,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면 정국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른다. 물론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박 대통령이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않고 사임 시기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물러나야 트럼프의 미래정부에 대한민국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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