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고영태 '개싸움'에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고영태 "정유라의 개를 나에게 맡겼는데 운동하느라 개를 두고 나갔다고 최순실과 싸운 뒤 멀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에는 그의 측근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관련 자료와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오랫 동안 활약해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막강한 비선실세의 측근으로 권력의 곁불을 쬘 수 있었던 고영태씨는 왜 ‘휘슬블로어(내부 고발자)’로 나섰을까.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한 마리의 개 때문이라는 증언이 7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나왔다. 당초 최순실씨와 고영태씨는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기획단장은 "고영태 증인과 최순실의 관계는 어떤 사이였다고 생각하냐"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남녀관계를 뜻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차은택은 "그런 것까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차은택씨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고영태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차은택 증인과 최순실의 관계는 어떤 사이냐'는 질문에 "제가 마지막으로 소개해주고 (같이) 일하는 관계로 알고 있다"며 "그 뒤로는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최순실과 고영태의 사이가 나빠져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2014년 말에 둘이 싸워 양쪽에서 각기 저에게 따로 연락이 왔다"고 답했다. 차씨는 또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들었다.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가지고 왔고, 그 돈이 (서로) 본인의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영태씨는 싸움의 원인이 돈 문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고씨는 최씨와 멀어진 이유에 대해 “2년 전 모욕적인 말,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하는 행동을 해서 그때부터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고씨는 청문회가 정회된 시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과 돈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냐"는 물음에 "최순실이 딸 정유라의 개를 키우는데 그 개를 나한테 맡긴 적이 있다. 그런데 운동하느라 개를 혼자 두고 나간 문제로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과 딸 정유라는 국내에 있을때는 물론 독일에 잠깐 거주할때도 개 여러 마리를 기르는등 애완견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씨의 개를 고씨가 잘 돌보지 않자 최씨가 고씨에 대해 ‘모욕적인 말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으면서’ 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고씨가 ‘휘슬블로어’로 나서게 된 셈이다.

차은택
 "최순실이 전화로 '모르는 일이라 해라' 지침 내렸다"
 "최순실, 대통령과 동급…최·박 공동정권이라 생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불거지고 일본에 머무는 동안 최씨로부터 당국의 수사에 대비한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 전 단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에서 ‘해외에서 최순실씨와 통화한 적 있느냐’는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질문에 “국내에서 최순실씨 일을 돌봐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최씨한테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씨는 “(최순실씨가) 나와의 관계는 테스타로사에서 만난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서라고. 문화 쪽 일은 모르는 것으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통화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지난 9월 말 드라마 촬영차 출국해 중국·일본 등에서 머무르다가 미르·K스포츠 재단 파문이 커지자 귀국하지 않다가 11월 8일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차씨는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동급”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권력 서열을 묻는 하태경 의원 질문에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같은 급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그렇다면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이라 생각했느냐”는 말에, 차씨는 “최근에 와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영태씨도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최순실씨가 권력 서열 1위’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이 “2015년 초 박관천 경정의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는 말을 듣고 맞는다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고씨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런 느낌에 동의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최씨가) 왜 대통령보다 높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엔 “다른 기사나 정보를 취합했을 때, 또 차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주고 그 뒤에 진행되는 일들을 봤을 때 그렇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 전 차관은 권력 서열 순서와 관련한 하 의원의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순실씨가) ‘그냥 대통령을 조금 아는 사이’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순실 청문회에서 나온 아슬아슬 '19금 3각 관계 문답'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선 ‘19금’ 수위의 아슬아슬한 문답이 여러 차례 오가 눈길을 끌었다. 시중에 떠도는 최순실·고영태, 최순실·차은택의 ‘사적 관계설’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알 듯 모를 듯한 질문을 던지면 고씨와 차씨는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우회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 벌어진 것. 오전 청문회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다. 박 의원은 고씨를 상대로 “최씨를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물었다. 고씨가 이른바 ‘호스트바’에서 최씨를 만나 ‘최측근’이 됐다는 항간의 소문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고씨는 “최씨 지인에게 가방을 소개하며 최씨를 우연히 알게 됐다”고 했다. “2012년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때 지인이 가방 좀 가지고 와서 보여달라고 하기에 간 자리에 최순실이 있었다. 그때는 가방만 보여주러갔을 뿐이고 최순실인지도 몰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고씨는 더 나아가 “최씨와 친한 사이가 아니다. 언론 보도된 것과 달리 측근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일부 언론과 세간의 의혹 제기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박 의원은 고씨에게 “최순실씨와 친하다가 (고씨가 최씨에게 소개해 준) 차은택씨 때문에 최씨와 소원해진 이후 차씨에게 앙심을 품게 돼 언론에 K스포츠재단 건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소문도 언급했다. 시중에 떠도는 ‘최·고·차 3각 관계설’을 우회적으로 짚은 것. 고씨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펄쩍 뛰었다. “차은택과는 관계가 좋고 나쁘고 할 것이 없다. 차씨의 광고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고 (최씨에게) 소개를 잘못했구나는 생각에 불만을 갖게 됐다.” 차씨는 오후 청문회에서도 ‘최순실·고영태 관계’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고영태와 최순실은 어떤 관계였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차씨는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이 더 나아가 “남녀 관계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하자 차씨는 “그건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해 오히려 여러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이 의원은 곧 이어 고영태씨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고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정색을 했다. 고씨는 이어 이 의원이 “차은택·최순실 관계는 어땠느냐”고 묻자 “내가 마지막으로 소개시켜주고, 그냥 일하는 관계로 알고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고만 했다. 핵심을 피해가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묘한 답변으로 차은택씨에게 ‘견제구’를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김기춘 “최순실 진짜 몰랐다…세월호 인양 반대한 적 없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자신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배후라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최순실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을 알지도 못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최순실을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한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냐”며 “검찰 조사하면 알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머리 손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다고만 알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의료 진료를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청와대 관저 일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사건 당시 대면보고를 했어야 한다는 김한정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지금 생각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 참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대회 성적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가 자르라고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자신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서 문체부 길들이기 일환으로 인사 개입을 했고, 문체부 길들이기의 시발점은 정유라가 연루된 대한승마협회 감사보고였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재임하던 동안 정지작업을 하거나 한 일은 전혀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또 2013년 박 대통령의 ‘저도 휴가’에 최순실과 동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라고 해도 못 갈 건강상태였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세월호 시신 인양은 안 된다’고 자신이 발언했다는 기록이 담긴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회의를 하다 보면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김 전 실장은 의식불명 상태인 아들 사연을 꺼내기도 했다. 일본 차병원에 누구 소개로 갔느냐는 질의에 “차 병원의 소개로 갔다”며 “내 아들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다 차병원에 찾아가 상담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고영태가 본 김종 차관은..
"최순실 수행비서…뭐든 자기가 다 안다는 식"

       고영태 전 더 블루케이 이사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순실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김종 차관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자 "본인의 말만 하고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뭐든지 자기는 다 안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손 의원이 "최순실씨는 김종 차관을 어떤 사람으로 본 것 같냐"고 묻자 "수행비서"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고씨는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김 전 차관에게) 뭔가 계속 지시하고,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장시호'…"연대 내 실력으로 입학" 주장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인 장시호씨의 청문회 패션 키워드는 ‘블랙’이었다. 오전에 ‘하혈’등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장씨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동행명령서를 발부한 뒤 오후 3시26분경 국회 청문회장에 등장했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장씨는 검은색 패딩점퍼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차림이었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쓴 마스크조차 검은색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으나 볼은 연한 분홍색으로 조금 상기된 모습이었다. 단발머리에 ‘2대8’ 가름마를 한 장씨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장씨는 청문회장 입장 후 국회 여성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선서대로 향했다. 비교적 빠른 걸음이었다. 장씨는 선서대에 서서도 마스크를 내리지 않아 김성태 국조 특별위원장이 “마스크 내리세요”라고 지적을 한 뒤에야 얼굴을 드러냈다. 선서를 하는 장씨의 목소리는 비교적 하이톤에 앳된 음색이었으며,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긴 했으나 무리 없이 선서를 마쳤다. 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에 장씨는 한참을 증인석을 위아래로 두리번거리며 훑어본 뒤 "김종 차관과 차은택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을 “이모님” “최순실 이모” "최순실씨"라고 불렀다. "저는 최순실씨가 지시를 하면 따라야 하는 입장이고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라는 말도 했다. 장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통해 자신이 세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문체부에게 6억, 삼성그룹에서 16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아이들 인재 육성하는데 썼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입학에 대한 의원의 질의에 장씨는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제 실력으로 입학했다"며 "도와준 이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장유진’으로 개명한데 대해 그는 “가족들은 장유진으로 부른다”며 “개명한지 얼마 안 돼 장유진이 편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재용 "정경유착 다 끊겠다"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였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는 국내 재계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대기업 총수를 포함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체 질문의 60% 이상이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자리였지만 의원들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배경과 함께 경영자로서 자질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문제까지 추궁했다. 이 부회장은 의원들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해 나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하겠다"는 등의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이재용 체제'를 사실상 출범시킨 그가 청문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정유라 승마 지원 적절치 못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활동에 78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씨 측에 대한 지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화 지원이라든지, 스포츠 지원을 저한테 일일이 보고를 하지 않는다"며 "(최씨 측에 대한 지원이)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서 보고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씨 측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최씨를 언제 알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한테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순실씨가 주도한 두 재단에 출연한 배경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기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가성을 부인한 발언이다. 이어 그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주는 게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당시 정확히 재단이라든지 출연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안 나왔기 때문에 독대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솔직히 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청탁 안해"
이날 청문회에서는 삼성의 최씨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포석 작업이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최씨 측을 지원한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의결권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부회장은 우선 "박 대통령과 독대 때 두 회사의 합병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독대를 했을 때는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합병이 제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은 국민연금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제일 큰 투자자로, 제일 높은 수익도 올렸다. 그런 차원으로 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접촉설'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측이 만나자는 요청이 있어서 실무자 몇 분과 봤다"고 말했다. 또 합병 비율을 조정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는 "합병 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훌륭한 분 있으면 경영권 넘길 것"
의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서 자질이 있는지를 따지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기억력이 좋고 아는 게 많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답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측에 돈을 지원한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왜 해고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검찰·특검 등의) 조사 후에 조직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제 책임이 있으면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오후 11시쯤 청문회를 마치면서 "구태를 다 버리고 정경유착이 있었으면 다 끊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비박계의 탄핵안 부결시 정계 은퇴 요구에 "문재인 죽이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 부결 시 정계를 은퇴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드디어 새누리당의 문재인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여의도 촛불' 행사에서 이같이 말한 뒤 "문재인만 죽이면 다시 정권연장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에게 나 문재인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문재인만 죽이면 될 것 같냐. 아니다. 우리 당에 대통령감이 많다. 꿈 깨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비박계를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비박계가 탄핵안 중 소추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 박 대통령 행적을 빼자고 요구한 데 대해선 "지금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 세월호 7시간인데 그것을 탄핵사유에서 빼자는 게 말이 되냐"며 "7시간 동안 세월호 아이들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탄핵 사유"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오늘 세월호 7시간을 탄핵사유에서 빼자고 얘기하는 게 탄핵에서 발을 빼고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새누리당 비박계를 비난했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표가 이번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의원들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이번 탄핵안이 통과 안 되면 문 대표는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탄핵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모든 권한과 직무에서 손을 내려놓게 돼 하야와 같은 상황이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탄핵 통과 이후 대통령 하야까지 다시 언급해 국민들을 다시 대권놀음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문 전 대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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