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든 질서있는 퇴진이든… 대선, 내년 상반기 치른다

야당, 늦어도 9일엔 표결 처리
흔들리는 비박이 변수로… 부결 땐 여야 극한 대결 가능성

         야 3당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와 상관없이 늦어도 다음 달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안을 부결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부결되더라도 그 책임을 새누리당이 전부 져야 하기 때문에 현재 여론을 감안할 때 야당으로선 답답할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재 여야 분석대로 야권 성향 172명 의원에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40여명이 더해질 경우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넘는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헌법재판소는 6개월 이내에 탄핵 심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탄핵 결정이 나올 경우 헌법에 따라 2개월 이내에 임기 5년짜리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치권에선 탄핵으로 갈 경우 내년 5~8월 사이에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계 원로들이 제안한 '4월까지 질서 있는 퇴진'과 비교하면 대선 시기는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늦어지는 셈이다. 변수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다. 애초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비박계 의원들이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 담화 이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에 탄핵 일정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당장 민심의 불똥은 국회로 튈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 역시 탄핵 부결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도 만만찮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부결 안건은 같은 회기에 다시 심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정기국회가 끝난 후 여야가 다시 임시국회 일정을 잡아야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 동력이 떨어지면서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이 부결되면 야 3당은 시민사회와 결합한 장외 투쟁을 통해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거리 시위도 지금까지와 달리 과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 원로들은 "탄핵이 가결돼서 헌재 심판으로 갈 경우 국론이 찬반으로 분열되고 시위도 이어지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된다"며 "가급적 탄핵보다는 대통령이 퇴진 시한을 정하고 그에 맞춰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늦추려는 여, 속도 내려는 야… 합의만 잘되면 최선의 방안

         여야가 협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 시점과 차기 대선 시기를 결정한 뒤 정국을 안정시켜 나가는 방법도 있다. 여야 모두 한때 주장했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이다. 합의만 잘 이뤄진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란 평가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로 여야가 퇴진 시기를 합의해오면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친박계는 "협상으로 대통령 거취를 결정하자"고 했고, 비박계도 "일단 협상에 최대한 노력해보자"고 했다. 여야 협상이 타결될 경우 박 대통령은 2선으로 후퇴하며, 국회가 추천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기 총리가 대선까지 '과도 내각'을 이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

         여야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68조를 토대로 대통령 퇴진과 연계해 대선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정국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점이 있고 박 대통령으로서도 탄핵의 불명예는 피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앞서 여야 정치 원로들이 막판 해법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제안했고, 새누리당 친박계도 뜻을 모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우선 하야 시기를 두고 여야가 다툴 수 있다.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 파장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대선 시기를 늦추려 할 공산이 크다. 여야 입장이 맞설 경우 정치권 원로들이 최근 제안한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 로드맵이 여야 논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과도내각을 이끌 총리를 누구로 하느냐, 그 총리의 권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개헌파 "내년 4월 재·보선때 국민투표"… 여·안은 부정적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대로 대통령의 진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개헌이다. 국회의 탄핵이 대통령을 강제로 하야시키는 방법이라면 개헌은 국회가 합의하에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고, 현 대통령 임기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단축하는 내용을 부칙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여야 '개헌파' 의원들은 대체로 분권형대통령제 혹은 의원내각제, 권한을 줄인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의 개헌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내용의 개헌은 우선 국회 내에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거기서 만들어진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개헌안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로 효력이 발휘된다. 국민투표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의 구상에 따라 역산해보면, 내년 3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퇴진은 새 헌법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개헌에 의한 퇴진에는 변수도 많다. 일단 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도 개헌에는 부정적이다. 분권형 개헌이라는 큰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정파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대립이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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