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주인 찾아와

아이스 댄스 스케이트 선수가 도둑맞은 월드 챔피언 트로피가 30년만에 주인 품으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도린 데니(69). 그녀는 반세기 전인 1959년에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 아이스 댄싱 챔피언쉽 경기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두며 반짝반짝 빛나는 은쟁반을 트로피로 받았다. 당시 18세였던 데니에게 첫 세계대회 우승이었다. 이후 데니는 세계 대회, 유럽 대회, 그리고 고향인 영국의 챔피언쉽 대회에 참가해 총 8번의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첫번째 우승이었던 이 대회의 트로피는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1982년에 도둑이 그녀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자택을 침입해 이 은쟁반 트로피를 훔쳐가버렸다. 데니에게는 더없이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었지만, 사라진 트로피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 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데니는 꿈에도 몰랐지만 트로피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민인 캐더린 허멜은 이 은쟁반 트로피를 최소한 20년도 더 전에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한 굿윌 경매에서 구입했다. 허멜은 당시 여러 가지 물건을 함께 구매해 은쟁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었으며, 이 은쟁반 역시 별 가치도 없어 보여 안 팔렸을 경우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할 처지였다고 회상했다.

허멜은 심하게 변색된 쟁반을 잘 닦고 광을 낸 후 캘리포니아주 말리부로 이사를 갈 때 가지고 갔다. 그곳에서 허멜은 지금은 사망한 당시 남자친구이자 “댈러스”라는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함께 칵테일 파티를 개최할 때 이 은쟁반을 사용했다. 다시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돌아온 후 그녀는 이 쟁반을 자신의 향수를 진열하는 쟁반으로 사용했으며, 결국 쟁반은 창고로 쳐박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작년 말에, 허멜은 이 쟁반을 돈이 필요했던 미셸 갈레고스라는 친구에게 선물했다. 허멜은 “월드 아이스 댄싱 챔피언, 콜로라도 스프링스, 미국 1959년”이라고 새겨진 이 쟁반이 얼마라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 쟁반을 갈레고스에게 주었다. 갈레고스는 몇군데 골동품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쟁반을 팔려는 시도를 했지만 변색된 은쟁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골동품 가게 주인들 중 한명이 미국에서 유일한 아이스 스케이팅 박물관에 가보라고 제안했다. 우연히도 이 박물관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의 기록보관 담당자는 1959년에 누가 우승했는지를 찾아봤으며, 기록으로는 데니와 그녀의 당시 파트너였던 코트니 존스가 우승했다고 나와있었다. 그러나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존스는 쟁반 트로피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남은 사람은 데니였으며, 그녀가 우연히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갈레고스는 쟁반 트로피에 커다란 금색 리본을 달아 데니에게 전달했다. 트로피를 되찾은 데니는 정말 기적과도 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반세기 전에 18세의 나이로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때도 보이지 않은 눈물이었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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