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 ‘욕설’ 대통령 ‘조롱’ 여성 ‘비하’… 도넘은 ‘막말 의원’

       지난 2013년 8월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장. 서울 마포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중 “막말 대마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하자 대전 동구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왜 반말이야”라고 맞받았다. 정 의원이 “당신이 반말하는구먼”이라고 답하고 일단락됐다. 잠시 뒤 이 의원이 청문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떼거지”라고 막말하자 정 의원이 “이 의원은 선구자(선천적 구제불능자)네요”라고 비난했고, 곁에 있던 충남 보령·서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정 의원은 입만 열면 허위사실 유포야”라며 이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2014년 4월 12일. 정 의원이 다시 등장하고 무대는 대표적 SNS인 트위터로 옮겨졌다. 강원 춘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무인항공기가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미치도록 친북하고 싶다. 최고 존엄이 다스리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미치도록 대한민국이 싫다. … 너의 조국으로 가라”고 글을 쓰자 정 의원이 “김진태, 너의 소원대로 해주마. 깐죽대는 너의 입을 원망해라. 법대로 처리해줄 테니. 너의 감옥으로 가거라”라고 대응했다. 19대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분석한 결과 동료 의원에 대한 반말과 욕설은 기본이고, 성희롱이나 국민을 향한 조롱 등 도를 넘은 ‘막말’도 상당수 확인됐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국회 회의록 검색시스템과 주요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122건에 달했다. 회의장 또는 SNS 등을 통해 동료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은 게 가장 많았다. 반말은 기본이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경기 시흥갑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11월 상임위 회의장에서 박범계 더민주 의원을 향해 “저거 아주 웃기는 사람이네. 기본도 안돼 있는 사람이네. 저거”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원미갑 김경협 더민주 의원은 2015년 3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종북(從北) 타령하는 여당 의원들도 정신 감정을 의뢰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상대에게 정치적 족쇄를 채우기 위한 발언도 많았다. ‘수구 꼴통’ 또는 ‘종북주의자’처럼 극단적인 용어로 상대를 규정함으로써 상대의 정치적 입지를 줄이기 위해 전략으로 막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치적 대립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막말은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극단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뒤 서울 송파병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 “마누라가 빨갱이다 보니까 다 헝클어졌다”고 했다. 김경협 의원은 2014년 8월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하지 않는 박 대통령을 향해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달라는 요구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비꼬았다. 장하나 더민주 의원은 2014년 8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며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막말을 했다.

       상임위원회의에서 산하기관을 향한 막말도 많았다. 서울 강북을 유대운 더민주 의원은 2012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중구 당시 제주지방경찰청장 직무대리를 향해 “떽, 건방지게 말이야”라고 말했고, 김용익 더민주 의원은 2013년 7월 공공의료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 도중 윤한홍 당시 경남도 행정부지사에게 “닥쳐 이 자식아”라고 막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도 있다. 김태흠 의원은 2013년 11월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며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의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했고, 경남 창원 마산회원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8월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제대로 단식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막말이 판치다 보니 웃지 못할 경우도 생겨났다. 서울 강서갑 신기남 더민주 의원은 2014년 8월 현재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인터뷰에 대해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니. 무뇌아가 됐나. 호모사피엔스임을 포기하려는가”라고 막말했다. 성희롱성 발언도 많았다. 광주 북을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은 2013년 7월 출입기자들에게 “서부 총잡이가 죽는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것의 공통점은 너무 늦게 뺐다는 것”이라는 저질스러운 농담을 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1월 병영문화개선 특별위원회에서 군내 성폭행을 저지른 여단장을 비호하며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이 사람(외박을 거의 안 나가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26일 통화에서 “막말을 하면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의원들의 인지도와 존재감이 크게 높아진다”며 “막말이 초선 의원에게 집중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인의 욕구와 초선 의원들을 ‘저격수’로 활용하는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 같은 막말 정치가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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