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되면 쌀 500포대 기부하는 황사장

        전북 순창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자란 그는 부모세대와 함께 20대까지 늘 배를 곯았다. 타고난 가난을 탓할 기운도 없어 딱 한 번만이라도 실컷 쌀밥을 먹어보는 게 유일한 소원이었다. 그랬던 그는 이제 예순이 넘었고 매년 설날을 즈음해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쌀 500포대를 3년째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최근 용신동에 있는 ‘황박사수원왕갈비’의 황기연(63·사진 오른쪽) 대표가 지역 내 저소득 주민을 위해 백미 10㎏ 500포대(1150만 원 상당)를 기탁해 왔다고 27일 밝혔다. 황 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부라고는 할 수 없고, 어릴 때부터의 꿈을 조금 실천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20대 초반 고향을 등졌다고 밝혔다. 무작정 서울로 온 그는 식당 허드렛일부터 시작, 나중에는 주방일을 배우고 한식조리사의 길로 들어섰다.“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은 제가 20대 때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서로 연락이 안 돼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그렇게 부모와 자식 간 생사의 순간조차 갈라놓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어엿한 가게의 주인이 된 그는 지금의 자신이 있게끔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다섯 집에 직접 쌀을 돌렸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어르신들이 혼자 사시는 것을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가 기부의 방법으로 쌀을 택한 이유는 자신이 20대 때까지 배고팠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부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면서 “서로 주위를 조금만 신경 써서 다 같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쌀 기부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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