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멀쩡한 젊은 사람이 왜 노약자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해!”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역.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에 30대 젊은 여성이 타려 하자 50대 남성이 큰소리로 꾸짖기 시작했다.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이 남성은 “‘노약자 전용’이라는 안내가 안 보이느냐”며 여성을 몰아세웠고, 여성은 결국 서둘러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에 있던 서모(65) 씨는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젊은 사람들이 빨리 가기 위해 노약자용 엘리베이터에 몰려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 때문에 한 번에 엘리베이터를 못 탈 때가 많아 정말 불편하다”고 말했다. 노약자·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비양심적인 20∼30대 젊은이들로 붐벼 노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서울 시내 지하철역을 점검한 결과, 거리낌 없이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 대림역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대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20대 남성이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서 있었다. 이들은 노년층에 뒤섞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노인들이 다 내리기도 전에 바로 탑승했다. 그 옆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도 아무렇지 않게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같은 시각 동작구 장승배기역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약 1시간 동안 20∼30대 청년 10여 명이 노약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지하철역 관계자는 “지하철 내 노약자 배려석은 그나마 젊은이들이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된다’는 의식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훈철 교통문화운동본부 센터장은 11일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고, 이를 이용하는 수칙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가 우리 사회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척도”라며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젊은 사람들이 타서는 안 된다는 홍보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젊은이들 스스로도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는 내가 이용해서는 안 되는 시설’이라고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