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무더기로...

       지난해 금융권에서만 500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지금 같은 경제의 엄동설한에 자발적인 퇴사는 드물다. 사실상 반강제로 회사를 떠나는 '구조 조정'이 대부분이다. 과녁 한가운데에 놓인 이들은 만 55세에 진입한 1960년생이었다. 올해 시작된 정년 연장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은 '어서 좀 나가 달라'며 이들의 등을 계속 떠밀고 있다. 은행원 출신 A씨는 지난해 55세로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들었다. 후배 지점장 밑에서 일하던 그는 절반의 월급만 받고 눈치 보며 버티기보단 퇴직금 몇 개월치 더 받고 새 일을 찾아보겠다는 각오로 작년 여름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역시 지난해 희망퇴직한 50대 중반 B씨는 퇴직금으로 삼겹살집을 열었다가 폐업했다. 반경 1㎞ 안엔 크고 작은 고깃집이 20개에 달했다. 혹시라도 옛 동료들이 연락했을 때 식당 접었다고 말하기가 민망해 최근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버렸다. 50대 퇴직자들의 이런 '겨울 이야기'는 앞으로 더 많이 쏟아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그래도 윗세대가 길을 터줘야 청년들의 일자리에 숨통이 트인다며 '50대―20대 대립 구도'를 부추긴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조너선 그루버 교수가 세계 12개 나라의 청년과 고령자 취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줄어들 때 청년 취업도 함께 감소했다. 기술 혁신 정체 등으로 경제 자체가 침체할 때 모든 세대의 고용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집에 백수는 대학 졸업한 아들과 나, 두 명"이라며 "우리 세대가 물러난 자리에 자식들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50대의 양보가 20대 고용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생존·성장하고 경제의 전체 파이가 커져야 한다는 대전제가 우선 충족돼야 한다. 기업들의 수출과 매출이 함께 가라앉으며 경제의 온기가 식어가는 한국에선 청년과 50대의 '일자리 제로섬게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애도 놀고 있는데, 나까지 잘리게 생겼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혁신을 잃어가는 기업과 이견 없는 경제 관련 법안마저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보면 '20대에 길을 터주었다'는 50대가 스스로를 달래는 마지막 위안조차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가전제품
소형가전·TV·냉장고… 이미 한국 시장 파고들어와

        중국산 IT·전자제품의 한국 시장 공략은 최근 1~2년 사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소형 가전과 TV, 냉장고는 스마트폰에 앞서 이미 한국 안방을 파고들었고, 최근에는 IT 주변 기기와 드론(무인비행기)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 영역의 제품도 온라인과 해외 직구를 타고 속속 한국에 상륙하고 있는 중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도 괜찮은 성능에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제품을 선택하는 데 별로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론(무인 비행기)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의 90% 이상이 DJI를 비롯한 중국 업체 제품이다.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고화질(HD) 카메라가 포함된 제품도 한 대에 6만~10만원에 불과할 만큼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기 때문하다. 비슷한 성능의 한국 제품은 이보다 배가량 비싸다. 소형·생활 가전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과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통해 국내에서만 1만여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초미세 먼지 제거,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조종 같은 최신 기능을 내장하고도 가격은 10만원대 중반에 불과하다. 비슷한 사양의 국내 대기업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소형가전업체 A사 대표는 "온풍기, 가습기 같은 소형 가전 제품은 한국 브랜드를 달고 있어도 70~80%가 중국산"이라면서 "우리 회사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업체들의 자존심과 같은 TV, 냉장고, 세탁기 시장에도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파고들고 있다. 병원·숙박 업소 등에 공급되는 업소용 제품 시장이 주 타깃이다. 화면 크기 80~100㎝대(32~40인치)대 보급형 액정화면(LCD) TV의 경우 국내 대기업 제품은 30만~50만원대다. 하지만 하이얼과 TCL 등 중국 제품은 22만~35만원대에 살 수 있다. 용량 100L 이하의 소형 냉장고는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자취생이나 독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탁 용량 3㎏대 소형 세탁기는 하이얼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판매 업체인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산이라고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성능에 비해 가격이 워낙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사후관리)도 많이 개선되면서 중국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