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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이야기> 놀이처럼 즐겁고 생기 넘치는 누드화
2014년 12월 11일 (목) 07:26:07 이하린 기자 senellie@focuscolorado.net
   
      인상파의 대가 르누아르는 평생 그림을 하나의 놀이처럼 대했다. 그가 젊은 시절 샤를 글레르 선생에게 그림을 배울 때 그런 태도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다. 글레르는 예술이 심각하고 엄숙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배우는 제자가 예술을 가벼운 놀이처럼 생각하자 매우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르누아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예술을 꼭 심각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르누아르의 한 친구는 르누아르의 입장을 옹호하며 이렇게 말했다.
“르누아르는 무한히 즐겁기 때문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그림을 그려 세상을 구원한다든지 나라를 돕는다든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림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술의 세계는 자유와 열정의 세계다. 누구나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법칙이나 규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술가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다 보면 마치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비치고, 이럴 때 훌륭한 작품이 나타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석공인 아버지와 재단사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평생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아간 덕분에 그가 그린 그림은 모두 밝고 화사하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과 꽃, 과일을 즐겨 그렸다. 르누아르는 평생 4천점 이상의 작품을 남겨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인상파 화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목욕 후에(After the bath)’라는 작품은 르누아르가 서양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누드화가임을 잘 보여주는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를 화면 가득 그려 넣기를 좋아했던 르누아르는 목욕하는 여인을 주제로 말년에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르누아르는 누드화를 그릴 때 누구나 그 그림을 보고 그 유방이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도록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소녀를 즐겨 그리고 여인의 육체에 심취했던 르누아르는 “만일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엉덩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여성의 몸이 뿜어내는 매혹을 찬미하고 칭송하는 것에 집중한 화가이기도 하다. ‘목욕 후에’ 역시 르누아르가 즐겨 그렸던 목욕하는 여인의 누드 그림들 가운데 하나로, 아직은 어려보이는 얼굴에 풍만한 육체가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소녀의 피부를 마치 유약을 칠해 공들여 마무리한 매끈매끈한 도자기처럼 표현했다.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은 탄력있는 여체를 회화적으로 완성시켜 순수한 감각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이는 고전주의 대가인 장 오귀스트 앵그르 작품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단순한 구성과 구도를 지닌 이 작품에서 우리는 르누아르 특유의 놀이정신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살갗을 표현한 붓질은 어루만지듯 다정다감하고 꽃을 표현한 붓질은 생동하는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것들은 서로 어우러지기도 하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터치와 색, 형태, 구성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노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즐김으로써 르누아르는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이뤘고 많은 사람을 진정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노년에 손가락의 관절염이 심해져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 때도 그는 손가락에 붓을 묶고서라도 그림을 그릴 정도로 그림을 사랑했다. 그에게 있어 여자의 누드란 언제나 여자와 사랑을 나누듯, 즐겁게 그려야 하는 열정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르누아르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예술작품이라면 그 자체로 보는 사람을 압도해야 하며, 어디론가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 자신의 열정 속에 사람을 휩쓸리도록 만드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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