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기간 길어 망하는 경우도 있어

항상 공사를 끝내고 나면“저 사람하고 다시는 공사 안 한다”는 말을 한다. 공사를 맡긴 사람이나, 맡은 사람이나 매한가지이다. 서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를 맡긴 사람은 더욱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비즈니스 오픈을 해야 하는데, 공사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다 해줄 것처럼 해 놓고는 막상 공사를 하는 도중에 배째라는 식으로 나가버리면 비즈니스 오픈 일도 늦어지고, 오픈을 하고서도 내부공사에 문제가 발생해 영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건축업자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

지난달 네일 가게를 오픈한 이미영(가명)씨는 건축업자와의 문제로 2개월이나 공사가 지연됐다.“아는 언니의 남편이라서 공사를 맡겼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처음 견적낸 것 보다 세배나 돈이 들어갔다. 마음은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힘들 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했다. 다시는 그 사람하고 일 안하고 싶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또 “하루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했는데, 며칠 동안 연락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 6개월간의 공사기간이 악몽이었다”고 전했다.

얼마전 영업을 시작한 업체 사장 정영식(가명)씨도 건축업자와의 문제로 상당한 골머리를 앓았다. 모든 전기관련 공사를 1만 달러에 하기로 하고, 세부 공사내역을 정하고, 공사를 제대로 이행 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 공사 총 대금 1만 달러 중 계약금으로 8천 달러를 미리 주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장 기초적인 전기 스위치도 제대로 위치해 있지 않고, 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잔금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아예 공사하는 동안 돈이 없어 비즈니스가 망한 경우도 있다. 강현수(가명)씨는 덴버에서 식당을 할 생각으로 가게를 얻었다. 건축업자는 2개월 만에 공사를 끝내 주겠다고 해 놓고서는 3개월이 지나도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아예 타주로 도망을 쳐버렸다. 할 수 없이 강씨는 또다른 건축업자를 고용해 공사를 다시 시작했지만 공사기간이 늦어지면서, 공사비에, 렌트비까지 부담이 늘면서 결국 초기 사업자금 대부분을 날려버렸다. 강씨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평소 친분이 있어 공사를 맡겼는데 돈은 돈대로 날리고,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아서 이제는 사람들 말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허탈해 했다.

건축업자들에 대한 원성은 건축관련 하청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공사를 도와주는 하청업자들은 건축업자에게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김정호(가명)씨는 K건축업체에서 하청을 받아 일을 하고, 체크를 받았다. 김씨는 “공사대금을 받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했는데, 안주더라. 결국 받은 체크도 부도 수표였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례가 늘면서 한인사회에서는 건축업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건축 전문가는 공사계약시 공사를 할 회사에게‘보험증과 라이센스’를 요구하는 것을 권장했다. 또, 대부분의 건축관련업자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라이센스를 빌려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라이센스 소유자의 사인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그는“콜로라도주는 공사 계약금에 대해 일정 금액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지만, 대도시의 경우 계약금 명목으로 1천 달러를 선불하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재료비와 인건비를 절충해 단계별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싸고 안면 있어서 일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내 재산은 내가 지켜야 한다”면서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성실한 건축업자들이 욕을 들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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