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공감하고 어루만져줘야한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다. 못난 어른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남은 가족들도 걱정된다.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세월호 생존자와 그 주변인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해선 자주 언급됐다. 그런데 이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 아이들의 사망이 가족과 부모 당사자, 그리고 부모가 부부라는 사실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 죽음의 애도 반응은 수주나 수개월에 걸쳐 마무리된다.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가 겪는 애도 반응은 훨씬 심각하며 보통 3∼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암으로 아이가 숨진 경우 부모는 7∼9년이 지나도 애도 반응이 크다는 매클로리 박사의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의 사망에 따른 부모의 상처는 미국의 위스콘신 연구(WLS)에 상세하게 다뤄졌다. 부모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의 분신인 아이를 잃은 것에 따른 자기애적 상처, 심리적 공황과 불안에 빠진다. 부모의 애도 반응은 특히 극심한 감정적 외로움·우울감·자살 위험으로 나타난다. 거의 대다수의 부모(83%)가 아이 사망 후 3년 내에 우울증을 겪게 된다. 이들의 우울증은 보통 형태의 우울증보다 2배 이상 위험하다.
특히 부모 중 엄마가 아빠보다 정신적으로 더 고통받는다.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는 물론이고 질병 발생률·사망률도 더 높다. 특이한 점은 유독 심장질환에 잘 걸린다. 근육질환 등은 별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이는 애도에 따른 감정적 상처가 커서 화병 양상의 심장질환이 심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빠들은 삶의 목적의식이 급격히 쇠퇴하는 현상을 보였다. 아빠들은 아이의 사망에 침묵할 수 있다. 이런 침묵도 애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이므로 오해해선 안 된다.
부부 사이에서 무서운 것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혼율이 보통 부부보다 8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다. 종교 등 주변의 지지를 통해 감정을 추스르면 그나마 덜했다. 이와 관련해 1985년의 연구에선 이혼율이 80∼90%에 달했던 반면 1999년의 연구에선 72%의 부부가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엇갈린 결과도 있다. 과거보다는 이혼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의 사망은 부부 사이의 괴리와 결별이 발생하는 심각한 위험요소임은 분명하다.
자식을 잃은 불행을 함께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해 줘야 한다. 상처와 고통 속에 자칫 서로를 비난하거나 원망하고 지나친 요구에 빠지면 결별의 위험마저 생긴다. 이런 문제를 겪는 부모들에겐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친지·친구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의 죽음에 대해 부부의 공감, 가족의 공감, 또 이웃과 친구의 공감만큼 힘이 되는 일은 없다. 주위의 배려가 비탄에 빠진 부부 사이의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잃었는데, 부부 사이마저 멀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비극이다.
평소엔 남들 부부의 갈등에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부부가 아이를 잃었다면 이웃이자 친구로서 그들에게 다가가 공감하고 챙겨 주는 것이 좋다. 예외적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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