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 속의 ‘태양’은 피할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지만, 현실에서 진짜로 태양을 피하려 들다간 성기능과 임신 능력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특히 가을과 겨울은 성건강에 더욱 주의해야 할 계절이다. 이 시기에 일조량의 감소 및 활동량 저하는 임신능력과 성기능의 감퇴, 우울증에 따른 성욕 저하, 비만 악화로 인한 성기능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태양을 일부러 피해선 안 되는 것이다.
지난달 호주의 클라크 박사팀은 불임 문제를 겪고 있는 남성 800명 가운데 상당수의 불임 원인이 비타민 D 결핍으로 밝혀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비타민 D나 엽산의 결핍이 여성 불임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밝혀졌지만, 이번에 클라크 박사팀은 남성 또한 마찬가지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한 남성 환자의 몸속에서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독성 아미노산의 혈중 농도가 상승하는데, 이 물질은 건강한 세포를 파괴한다. 그런데 인간의 체내에서 비타민 D가 생산되려면 태양광선에 적절히 노출되어야만 한다. 태양광선을 피하면 비타민 D가 적절히 만들어지지 못한다.
일조량 부족은 비타민 D의 생산뿐 아니라 ‘계절성 우울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가을·겨울에 흔히 등장하는 계절성 우울증은 햇볕의 부족과 관련 있다. 이 우울증엔 1만 럭스(lux) 이상의 광선치료가 상당히 효과 있으며, 평소 햇볕을 많이 쬐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성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울증의 흔한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성욕 저하다. 우울증으로 성생활 욕구가 떨어지며, 이로 인한 성기피에 따라 부부 간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겨울철은 성기능에 독약이라 할 수 있는 비만이 악화하는 시기다. 최근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비만환자 증가율은 그야말로 세계 으뜸인데, 겨울철은 비만 관리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운동이나 야외생활 자체를 기피하면 체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비만은 성기능의 필수요소인 혈류순환과 성호르몬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겨울철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통한 비만 관리는 성건강에 절대적이다.
이처럼 겨울철은 여러모로 성생활에 위험 시기다. 춥다고 움츠리고 히터만 튼 채 햇볕을 피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잠시라도 쉬는 시간엔 햇볕을 쬐는 것이 비타민 D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야외활동이나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우울증이나 비만 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등 겨울철 성건강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생활습관이다.
흔히 백옥 같은 피부 미인보다 적당히 햇볕에 곱게 그을린 피부가 더욱 성적 매력을 풍기는 것도 건강한 짝을 선택하라는 조물주의 깊은 뜻에 따른 것인지 모른다. 추운 날씨에 나의 반쪽이 햇볕도 쬐지 않고 움츠린 채 지낸다면 그의 성기능은 원활할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조량이 모자란 겨울, 적어도 건강한 남성·여성이 되려면 태양을 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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