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손에 이끌려 병원 진료실을 찾은 J씨는 무척 얌전하고 우아한 여성이었다.
“부룩, 부루룩! 잠자리를 할 때 바람 빠지는 소리가 아주 심합니다.”
이어진 남편의 핀잔은 그 소리가 아내의 겉모습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귀처럼 공기 새는 소리에 들떴던 분위기도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며 남편의 불만과 아내의 낭패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성의 질 내부는 폐쇄된 공간(dead space)으로 성흥분 시 자궁이 올라가고 질 내부의 공간은 넓어져서 남성을 받아들이기 적절한 상태가 된다. 성행위 시 피스톤 운동으로 이 공간에 공기가 차면 압축되었던 공기는 성행위 후 자연스럽게 서서히 밖으로 배출된다. 성행위 중 공기 빠지는 소리가 가끔 생긴다면 부부간에 ‘방귀를 튼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이 또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쯤으로 웃어넘겨도 된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심해지고 잦아서 성행위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성행위 시 공기가 빠지는 ‘질방귀’의 원인으로는 대략 질근육의 부실, 질염, 윤활제, 질 내부의 이상구조, 남성 측의 문제, 체위 등이 해당된다. 먼저 질근육의 부실은 질의 근육에 적절한 탄력성이 없어서 공기가 샌다. 선천적으로 질근육이 취약한 여성이 그럴 수 있고, 출산으로 질근육이 손상받으면 더욱 그렇다. 심한 여성들은 평소에도 질 입구가 열려 있어 문제가 더 커지고, 요실금이 동반되기도 하고, 남성과의 밀착감이 떨어져 성적 만족도도 저하된다. 이 경우 질근육의 탄력성을 개선하는 근육강화 치료와 케겔운동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질염이나 폐경기에 따른 호르몬의 부족으로 질 내 상태가 나빠지면 질방귀가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질염으로 이상분비물이 생기면 가스의 생성은 더욱 촉발될 수 있다. 질방귀가 소리뿐 아니라 생선 썩는 냄새를 동반한다면 흔한 병 중 하나인 트리코모나스 질염을 의심할 수 있고, 이를 치료해야 한다.
윤활제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성행위 시 분비 부족이나 통증이 있다면 이를 고쳐야지, 인위적인 윤활제 사용은 자칫 분비장애나 성교통을 더 키울 수 있다. 더구나 윤활제의 과다 사용은 질퍽한 느낌에 성감도 처지고, 질방귀를 악화시킨다.
또 다른 이유는 질 내에 공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다. 질 내부에 이상 종양, 자궁근종, 자궁이 뒤쪽으로 기울어진 자궁 후굴 등이 있으면 여성의 성기 내부 구조가 뒤틀리면서 질방귀가 생기기도 한다. 대장에 게실·용종·종양이 있을 때 방귀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여성이 아니라 상대 남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남성 중 일부는 성행위 시 어떻게든 깊고 강하게 삽입해야 여성이 흥분하고 좋아할 줄 안다. 과격한 성행위는 당연히 가스 축적이 많기 때문에 해당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남성들의 잘못된 삽입 습관은 바꿀 필요가 있다.
다만, 후배위나 깊은 삽입 시에만 소리가 가끔 나는 정도는 정상이다. 또 여성의 다리를 너무 높이 올린 체위나 여성 스스로 질을 조인다며 아랫배에 힘을 주면 복압상승으로 질방귀는 정상적으로도 일어난다. 하지만 질방귀가 너무 잦거나 통증·악취가 동반되거나 성만족도가 떨어진다면 성의학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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