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 식민지 개척을 위해 조직된 런던 회사는 1606년 12월 3척의 배와 144명의 남자를 아메리카로 파견하였다.
이들은 오랜 항해 끝에 1607년 4월 24일 오늘날의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근처의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에 도착해 제임스 강(James River) 하구에 영국의 첫 번째 식민지인 제임스타운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1607년 12월 제임스타운 식민지의 지도자인 존 스미스(John Smith, 1580-1631) 선장은 그 지역 원주민인 포와탄(Powhatan)족에게 생포되었다. 원주민들이 스미스를 머리를 돌덩이 위에 얹어놓고 몽둥이로 내려치려는 찰나 포와탄 추장의 딸인 포카혼타스(Pochahontas, 1595~1617)라는 별명을 가진 마토아카(Matoaka)가 나타났다.
포카혼타스는 ‘활달한’ 혹은 ‘모험심이 강한’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팔로 그의 머리를 감싸며 스미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간청해 그의 목숨을 살렸다.
1609년 10월 스미스가 화약 폭발로 당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 뒤 2년동안 새로운 지도자인 토머스 데일(Thomas Dale)은 포와탄 족을 공격했고 그 과정에서 포카혼타스를 납치했다. 포와탄이 몸값을 지불하고 그녀를 되찾아가기를 거부하자, 포카혼타스는 백인들과 살게 된다.
제임스타운의 정착 시도는 처음 17년간 실패의 연속이었다.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일 뿐, 그곳은 가난과 질병과 죽음의 장소였다. 배를 통해 이주해온 쥐떼까지 기승을 부려 얼마 되지 않은 식량을 놓고 인간과 쥐 사이에 한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609-1610년의 ‘기아 연도’에는 상황이 더욱 궁핍해졌다. 질병과 가뭄으로 인한 기근과 인디언들의 공격이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배가 고파 눈이 뒤집힌 일부 이주민들은 식인종으로 전락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남편이 잠든 아내를 죽여 ‘머리를 뺀 나머지 부분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식량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6개월의 기근과 봉쇄 끝에 1610년 여름 영국에서 구조대가 왔을 때 이주민 300명 중 60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런 시련 끝에 제임스타운을 살린 건 담배였다.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서 쿠바 원주민들이 타바코(tabacos)라 불리는 작은 담배를 콧구멍에 집어넣고 피우는 것을 보고 이를 가지고 돌아온 후부터 유럽인들은 담배에 매료되었다. 1612년 제임스타운의 농장주인 존 롤프(John Rolfe, 1585-1622)는 버지니아의 토착 담배에 그보다 순한 자메이카 종자를 교배시켜 버지니아가 최초 환금(換金) 작물을 생산하는 데에 성공했다. 제임스 강변에서 담배 농사가 급성장했다. 영국에 첫 수출을 한 1617년 이후 런던 사람들은 담배 없이는 못 살 정도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담배가 버지니아에서의 생산 단가보다 5배에서 10배의 가격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버지니아의 경작 가능한 모든 땅에는 담배가 심어졌다.
기독교로 개종해 ‘레베카(Rebecca)’라는 세례명까지 얻은 포카혼타스는 담배로 제임스타운을 살린 존 롤프와 1614년 4월에 결혼해, 1615년 1월 아들 토머스 롤프(Thomas Rolfe, 1615-1680)를 낳았다.
 포카혼타스는 영국에서 미국 식민지 투자를 권유하는 활동을 하다가 22세 때인 1617년 3월 버지니아로 돌아가던 선상에서 천연두로 사망해 테임즈강변에 묻혔지만, 많은 영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카혼타스는 1803년 존 데이비스(John Davis)라는 사람이 [미국에서의 여행(Travels i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서 처음으로 포카혼타스 이야기를 소설화한 이후 미국에서도 널리 사랑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포카혼타스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했다. 남부사람들은 그를 귀족가정의 시초로 숭앙했으며 북부인들은 노예제도 철폐주의자의 상징으로 여겼다. 포카혼타스는 이후 미국의 ‘뮤즈’로, 순결한 영혼의 처녀 등으로 탈바꿈하다가 마침내 95년에 ‘흥행의 마술사’ 디즈니사를 만나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을 본뜬 멋쟁이 여성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시공을 초월해 헌신적으로 스미스를 사랑하는 착한 마음씨에 평화?환경보호주의자이기도 하다. 포카혼타스는 숨진지 3백여년만에 17세기판 원더우먼으로 거듭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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